– 의사 꿈꾸던 톤즈의 소년
– 이 신부 도움으로 의대 진학
– 다음 주 의대 학위수여식
– “8년 타국 생활 힘들었지만
– 신부님·가족 생각하며 공부”
“학위수여식을 앞두고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기쁜 날 이태석 신부님과 아버지가 함께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났습니다. 저를 한국으로 불러 공부할 기회를 주신 신부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남수단 톤즈 출신 토마스 타반 아콧 씨는 “톤즈에는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고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 좋은 의사가 돼서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인제대 제공 |
오는 15일 인제의대 학위수여식을 갖는 남수단 톤즈 출신 토마스 타반 아콧(33) 씨는 고 이태석 신부의 이름이 나오자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그는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이태석 신부의 초청으로 2009년 한국에 들어와 의사가 되기 위한 길을 밟고 있다. 처음 2년은 연세대 한국어학당과 중원대학교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2011년 3월 인제의대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입학하면서 이 신부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됐다. 가족 품을 떠나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낯선 타국에서 오로지 공부로 외로움을 달래던 토마스 씨는 지난 9, 10일 의사 국시 필기시험을 치르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토마스 씨와 이 신부의 첫 만남은 2001년이었다. 이 신부가 톤즈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 그를 돕는 복사를 맡았다.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던 이 신부가 만든 음악동아리와 브라스밴드의 1호 멤버이기도 했다. “신부님을 따라다니면서 아픈 사람들에게 약을 나눠주는 일을 도왔어요. 병에 걸려도 치료약이 없어 돌아가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땐 제가 너무 어려서 해줄 수 있는 일도 없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신부님을 보면서 막연히 의사의 꿈을 키웠죠.”
의사가 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돕고 싶어 했던 토마스 씨를 눈여겨본 이 신부는 수단어린이장학회와 국내외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그를 한국으로 불렀다. “신부님이 왜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줬는지 얘기해준 적은 없지만, 나를 그만큼 믿어서라고 생각한다”는 토마스 씨는 이 신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했다. 한국에 들어와 틈틈이 즐겼던 농구 동아리 활동도 본과에 들어가면서 모두 접었고, 식사 시간이 아까워 기숙사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의대 입학 후 “새롭게 한글을 배우는 느낌”이었지만 교수와 친구들에게 하나하나 물어가며 학업을 이어갔다.
지난 8년 동안 고향에는 딱 세 번만 다녀왔다. 마지막으로 간 때는 지난해 2월이었다. 앞선 전화 통화에서 각혈 증상으로 약을 받아왔다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서다. “아직 톤즈에는 실력 있는 의사가 많이 없어 사람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좋은 의사가 돼서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힘든 타국 생활이지만 많은 사람의 응원이 토마스 씨를 버티게 했다. 지난 11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제7회 이태석 봉사상’ 참석자들도 그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행사가 끝나고도 같이 식사를 하면서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저도 신부님처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의사가 돼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토마스 씨가 학업을 이어가는 데 드는 비용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수단어린이장학회와 인제의대가 많은 지원을 해오고 있다. 이태석 기념과정, 이태석 기념 심포지엄을 운영하는 인제의대는 그동안 토마스 씨의 학비와 기숙사비 등 7500만 원을 지원했다. 수단어린이장학회 역시 그가 의대는 물론 전문의 과정을 마칠 때까지 후원할 계획이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