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신부님, 그리고 톤즈
이태석 신부님은 1962년 부산 송도에서 10남매 가운데 아홉째로 태어났습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으나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인 재능은 남달랐습니다. 성당에 있는 오르간으로 음악을 시작하여 초등학교 때 이미 작곡을 할 정도였습니다.
고등학교 때에 작사 작곡한 ‘묵상’ 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늘 성당을 가까이 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사제의 길도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누나 한 분이 수녀원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어머니가 누나의 뜻을 반대하지 못하고 밤새 우시는 모습을 보며 신부가 되겠다는 생각을 접었습니다.
신부님은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어머니가 원하는 의사가 되기 위해 의과대학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런데 인턴 수료 후 군의관 시절, 깊이 고민하면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뜻대로 의사가 되었으니 이제 자신이 원래 꿈꾸었던 신부가 되는 길이었습니다.
뒤늦게 살레시오 수도회에 입회한 후 2001년 6월 사제로 서품 될 때까지 신부님은 10년간 수련과 신학 교육을 받습니다. 로마 유학 생활 중 케냐 여행 길에 신부님에게 큰 영향을 준 인도 출신의 제임스 신부님을 만납니다.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의 살레시오 수도원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던 제임스 신부님은 반군들에게 붙잡혀 포로생활을 하다 풀려나서 요양 차 마침 케냐 나이로비에 와 있었습니다.
톤즈의 돈보스코
제임스 신부님에게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곳 톤즈 선교를 제의 받은 이태석 신부님은 그곳 주민들의 생활을 직접 보고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이 자신이 평생을 함께할 곳이라는 결심을 확고히 합니다.
사제품을 받기 전부터 방학 때면 톤즈마을 주민들과 함께했던 이태석신부님은 2001년 사제품을 받자마자 살레시오회 소속 한국인 신부로는 처음으로 이곳에 파견되어 선교사로서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 동안 접어두었던 의료 활동도 다시 시작합니다.
신부님은 섭씨 40~50도를 넘나드는 아프리카의 더위 속에서 헐벗고 굶주린 톤즈 주민들을 위해 직접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발라가며 병실 12개를 갖춘 병원을 지었습니다. 톤즈 마을 인근 80여 개 마을을 통틀어 유일한 의사였던 신부님은 주변 마을에서 진료를 받으러 찾아오는 주민 200~300명에게 진료를 베풀고 매주 두 번 인근 마을을 돌며 예방접종과 이동진료활동을 펼쳤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홍역, 결핵 그리고 한센병과 힘겨운 사투를 벌였습니다. 결핵 요양소를 운영해 결핵 환자를 치료하고, 백신을 보관할 냉장고조차 없어 백방으로 수소문 끝에 태양열로 가동되는 냉장고를 설치해 결핵 • 파상풍, 백일해 • 소아마비 • 홍역 • 볼거리 등 죽음의 질병으로부터 수많은 어린이들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600~700명의 한센병 환자들도 지속적으로 돌봤습니다. 한센병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도 가능하기 때문에 마을마다 한 명씩 담당자를 교육해 의심이 되는 환자가 생기면 곧바로 알리도록 해서 한센병 후유증으로 불구가 되는 사람들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신부님은 진료뿐만 아니라 어린이들 교육을 위해 학교와 기숙사를 건립해 어린이들의 꿈과 미래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후 어린이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설립에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신부님은 이렇게 7년 동안 톤즈에서 생활하면서 수도원에서는 선교 사제이자 수사로 병원에서는 의사로, 학교에서는 수학과 음악교사로, 필요한 건물을 지을 때는 건축가로 헌신하며 그들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신부님의 땀과 사랑에 힘입어 아프리카의 가장 낙후된 땅 톤즈 마을은 절망에서 희망의 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2~3일씩 걸리던 길이 포장되어 1시간이면 닿을 수 있게 됐고, 태양열을 이용해 위성TV와 인터넷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부님은 2008년 11월 휴가 차 고국을 찾았다가 끝내 톤즈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건강검진에서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1년여의 투병생활 중에도 신부님은 온통 톤즈에 남기고 온 아이들 이야기뿐이었습니다. 함께 해야 하는 톤즈의 아이들이 눈에 밟혀 병을 이겨내고 싶어했습니다. 그런 신부님이 톤즈의 아이들을 두고 떠날 때 했던 마지막 말은 ‘Don bosco, Everything is Good.’이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 약력
1962 | 9월 19일(음력) 부산에서 태어남 |
1981 | 경남고등학교 졸업 |
1987 |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1991 | 살레시오수도회 입회 |
1992 | 광주가톨릭대학교 입학 |
1994 | 첫 서원(하느님 앞에서 살레시오회 수도자로 살기로 약속함) |
1997 | 로마 유학(교황청립 살레시오대학에서 철학과 신학 수학) |
2000 | 4월 27일. 종신 서원(하느님께 자신의 삶을 살레시오회 수도자로 봉헌할 것을 맹세함) |
2000 | 6월 28일. 로마에서 부제 수품 |
2001 | 6월 24일. 사제 수품 |
2001 | 12월 7일.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 도착(톤즈 살레시오회 공동체에서 선교 사제 생활 시작) |
2006 | 제7회 인제인성대상 특별상 수상 |
2007 | 제23회 보령의료봉사상 수상 |
2008 | 휴가 차 귀국한 뒤 대장암 진단 받고 투병생활 시작 |
2009 | 제2회 한미 자랑스런 의사상 수상 |
2010 | 1월 14일 선종 |
2011 | 정부에서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 |
2011 | 11월. 이태석상 제정(외교부) |
2013 | 12월. 휴머니테리언 상 수상(한국과학기술단체연합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