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희년(禧年, jubilee)이 밝았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후원과 격려 덕분에 장학회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깊이 감사드리며 여러분 가정에 하느님 사랑과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날씨나 분위기가 스산하고 쓸쓸하다는 뜻의 ‘을씨년스럽다’라는 말은 을사늑약이 있었던 1905년 을사년 이후에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작년 연말에 있었던 정치적 사건의 영향으로 올해 우리네 살림이 을씨년스럽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한편으론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이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는 슬기와 경험이 우리나라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와 희망을 가져봅니다. 이태석 신부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지난해에 장학회는 남수단 톤즈 등 18개국 37개 지원처에 18억 5,000만 원의 후원 예산을 편성하여 집행하였습니다. 2023년에 고액 후원이 있었기 때문에 예년에 비해서 두 배나 되는 지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2024년 9월 6일에는 톤즈의 이태석기념병원이 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장학회는 임시총회에서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태양광 전기 시스템 복구를 위한 긴급지원을 하기로 의결하였고, 11월 초에 톤즈를 직접 방문하여 긴급복구예산 약 1억 640만 원을 전달하였습니다. 현재 이태석기념병원은 전기시설이 복구되어 다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장학회는 이태석 신부님의 제자로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토마스 타반 아콧 선생(외과)과 존 마옌 루벤 선생(내과)을 총회사원으로 초대하였습니다. 그 밖에도 유능한 젊은 인재들을 총회사원과 이사로 충원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태석 신부님의 제자로서 한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남수단에서 활동 중인 산티노 뎅씨를 총회사원으로 초대할 예정입니다. 장학회는 세대교체와 국제적 관계망 형성을 통해서 한 단계 도약해 나갈 것입니다.
올해는 이태석 신부님 선종 15주기 기념사업을 몇 가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1월 11일에는 담양 묘지에서 15주기 미사가 있습니다. 5월 24일에는 ‘희망을 노래하는 이태석 신부의 삶과 희망’이란 주제로 학술 심포지움을 열 계획입니다. 아울러 심포지움 전까지 이태석 신부님 서간집을 출간하고 심포지움 후에 출판기념회를 할 예정입니다. 서간집은 올해 영어로 번역해서 올해 말이나 내년 봄부터 해외에 보급할 것입니다. 또 전기 정본 <신부 이태석>을 알리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며, 남수단 등 선교지에 전기 영문판과 영화 <이태석>을 보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과 장학회의 선한 영향력은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듣고서 기뻤던 소식은 남수단에서 100개 학교 짓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설립된 학교의 운영이 어렵게 되자 이태석 신부님의 제자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회를 조직하여 학교 운영을 돕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야흐로 제자들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장학회는 자율 자강 자립을 촉진하기 위해서 남수단의 능력 있는 청년들을 선발하여 남수단이나 인근 국가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우리 또한 살레시오 정신과 이태석 신부님의 영성에 따라 우리 삶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지난해에 장학회 홍보팀이 만들어져서 홍보이사를 중심으로 젊은 봉사자들이 새로운 기운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또 총무이사와 사무국은 해외 지원처에 재정적 후원을 넘어서 기술적 지원을 하거나 또는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장학회부터 변화해 나가겠습니다. 이제는 재능의 1%를 나누어 주십시오. 이태석 신부님의 과업을 이어받아 ‘포스트 이태석’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장학회를 떠받치는 힘은 회원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입니다. 변함없는 성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또한 물심양면으로 장학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살레시오회 선교국과 이태석 위원회에도 감사드립니다. 장학회는 계속해서 여러분과 지원처 사이에서 사랑의 통로 역할을 하겠습니다. 을사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최선호 /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