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으로써 은혜를 입는 모든 형제, 자매님들…
2014. 11. 19
주님의 평화를 빌며 감사 인사드립니다.
이곳 남 수단은 계절이 바뀌어 건조시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비를 맞고 자란 우리 키 보다 더 큰 풀초들이 마르면서 갈색으로 변하고, 주민들은 저녁이 되면 그것을 모두 태워 버리느라 이곳저곳에서 큰 연기와 함께 타는 냄새와 검정 재 먼지가 공중을 떠돌아다니지요. 내년 2월 초까지 계속 되는 일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우기동안 시달렸던 말라리아병도 차츰 힘을 잃어 가지만, 생명의 어머니인 땅이 무상으로 주던 푸성귀와 먹을 것 들은 이제 더 이상 얻을 수가 없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희망이 가득한 이곳 남수단 돈보스코 미션은 내일이면 피난민들의 자녀들을 위한 초등학교가 대주교님을 모시고 축성식을 갖게 되고, 수단어린이장학회에서 지원한 까리따스 어린이센터 건축은 마무리를 하느라 분주합니다.
다소 부족한 기술로 우기철에 건축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이들과 함께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쏟아온 땀방울이 있기에 이 모든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건축비용은 도중에 생각지 않은 비용들이 들어가게 되어 예상보다 많이 들었지만 건축물 자체는 튼튼하게 잘 지어졌습니다.
현재 저희는 재적 104명의 작은 어린이들과 재적 20명의 큰 여자 어린이들이 선생님들의 지도 아래 성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12월 성탄 무렵에 성탄 축제와 함께 건축 축복식도 함께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수단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 주시는 한국의 모든 후원자님들께 큰 감사 인사드립니다.
저희에게는 또 다른 꼬마 천사들이 있습니다.
매일 아침 아장 아장 걸어오거나 누나 등에 업혀오는 100명 이상의 난민촌 어린이들이 우유 한 컵과 비스켓을 아침밥 대신에 먹기 위해 저희들에게 옵니다.
이 천사들에게는 아직 성탄노래를 가르쳐 줄 선생님이 없고 오직 뜨거운 태양열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우유를 끓여 주는 데레사 엄마만 있습니다. 이 분은 북수단에서 남편 없이 자녀들 7명을 데리고 남수단으로 오신분이고 아랍어만 하므로 가끔씩 저와 언어소통이 안 되지만 이분이 천사들에게 큰 엉덩이를 흔들면서 힐루힐루 로 시작하는 아랍노래를 가끔 가르치는데 아이들이 잘 따라합니다.
우리식으로 생각하면 눈물 날 일들이 많이 있지만 저는 이들의 처지에 늘 서려하고 있습니다. 가진 것 없고 끼니 이을 식량이 없지만 그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무엇인지, 가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형제들이 많이 있고 서로 부대끼며 사랑을 나누는 가족이 있어서 우리천사들은 행복합니다.
그러나 어제는 참 마음아픈 일이 있었고 어떻게 해줘야할지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소녀반 20명 중의 한 명인 로즈라는 여자어린이가 며칠간 계속 센터에 오지 않아 물어보니 콘뇨 콘뇨 마켓의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탕을 팔고 있다고 했습니다. 누군가가 사탕을 팔도록 주었고 다 팔면 얼마를 수고비로 받아서, 그 돈으로 동생들 먹일 식량을 사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이 11살짜리 소녀는 지난번 콜레라가 휩쓸 때 엄마가 돌아가셨고, 젖먹이 막내를 두세 달 정도 업고 와서 공부하면서 돌보았는데 그 막내마저 엄마 따라 무덤에 묻혔거든요. 이제 남은 두 명의 남동생이 있을 뿐 인데, 로즈가 책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반 소녀들 중에서 유독 총명하여, ABCD와 숫자를 금방 깨우쳤고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었습니다.
이 세상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제 옆에 있는 이런 상황은 저를 슬프게 만들고, 이 아프리카 환경에 주님의 손길 가득하길 기도하게 합니다.
수단 어린이 장학회 후원자 여러분,
여러분들의 도움이 이 아프리카에 헛되게 사용 되어 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비록 지금은 가난하지만, 자존심이 있고 열심히 일하고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며, 교육열 또한 대단하지요. 저는 이곳에서 희망을 보고 있고, 선교사의 삶 또한 주님의 손길임을 보고 있습니다. 계속 관심 가져주시고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류치프리아나수녀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