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여러분 잘 지내고 계시지요 ?
이제 8 월의 더위도 한 풀 꺾어지는 8 월 하순으로 접어들었습니다 .
이곳은 거의 같은 수준의 더위가 계속되지만 한국은 이제 서서히 가을의 선선함을 기대할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
오늘은 8 월 초에 다녀왔던 라이촉 마을과 마을학교공사 소식 , 이태리 자원봉사자들이 떠나고 톤즈 사람들과 함께 배웅하며 찍은 사진들 , 남수단 홍수피해지역에 홍수 물품지원을 다녀온 소식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
남수단 라이촉 마을은 톤즈에서 20 분가량 떨어진 한센인들의 마을로 이 라이촉 마을에는 장학회에서 보낸 성금으로 마을학교를 짓고 있습니다 .
라이촉 마을학교가 거의 완성 되어가고 있어서 한 두달 후에는 아이들이 비가와도 벼락의 위험이 있는 나무 밑에서 공부하지 않고 지붕이 있는 교실에서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지난번 토마스 자원봉사자와 공수사님이 이 건물을 감독하러 가셨었는데 . 그동안 많은 진척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항상 마을학교에 갈 때는 80% 의 아이들이 신발도 안 신고 거칠은 자갈길을 걸어 다니는 것을 보면서 , 배우기 위해 먼 길을 걸어서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의 정성을 갸륵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 톤즈는 그래도 양반이어서 70% 의 아이들이 신발은 신고 다니는 것 같은데 . 이곳은 아직 많은 아이들이 맨발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라이촉에서 돌아오면서 아름다운 아프리카 자연 사진을 찍었습니다 .
제가 사진을 잘 찍어서가 아니라 이곳의 자연이 정말로 아름다워서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정말 아름답게 나오네요 .
아름다운 자연 때문에 울퉁불퉁한 길을 차를 타고 가다가도 저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님과 함께 한 백년 살고 싶다라는 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 하지만 워낙 더워서 사진만 찍고 그냥 바로 떠나야 합니다 .
사진속에 저희와 함께 있는 아이들은 라이촉 마을 출신으로 부모들이 나환자이어서 그곳 마을에 같이 살지 못하고 톤즈로 나와 우리 돈보스코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입니다 . 때때로 저희들이 차로 그 마을에 갈 기회에 이렇게 잠시 마을에 들러 부모 친척들을 만나고 다시 톤즈로 돌아오곤 하는데 . 초원위에 자라난 이름 모를 꽃들처럼 맑고 착한 아이들입니다 .
그리고 이번주에 수단어린이장학회에서 지원해주신 홍수피해지원금으로 구호품을 사서 전달한 소식도 전해드리겠습니다 .
구호품으로 마샤마라고 이곳사람들이 지붕에 올려 비가 새지 않게 하는 나일론 천막과 냄비 그리고 곡물 약간을 전달 했습니다 .
참 황송러웠던 것은 홍수로 인해 길이 아예 없어지거나 거의 진흙탕이여서 원래 그들에게 알려준 도착시간 보다 두 시간이나 늦었는데도 모든 사람들이 마을 어귀에서 1 킬로나 떨어진 곳까지 마중 나와 마을로 들어가는 우리 차를 둘러싸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들어가는 환영식을 해주어서 얼마나 그들이 구호품을 전달하는 우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는지를 새삼 느꼈습니다 .
장학회 여러분이 받아야할 환영을 저의 원장님과 제가 받는 것 같아 좀 황송스러웠습니다 .
한편 이곳사람들에게 구호물품을 사오도록 했더니 양은냄비를 사왔는데 .
한국에서는 발암물질이 나온다고 하여 잘 사용하지 않는 양은냄비를 사온걸 보고 이걸 어쩌나 했는데 . 이곳에서는 그런 것도 가릴 것 없이 금속냄비를 하나 갖는 것이 그들에게는 큰 살림살이 하나를 장만하는 것이나 같으니 , 그것도 없어서 서로 가져가려는 사람들을 보고 또 좋은 것을 구하기가 힘든 이곳 사정을 다시 또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이곳사람들에게 스테인리스 냄비를 준다면 결혼 혼수감으로 들고 갈것 같습니다 .
남수단의 사정이 모기장하나 생산하지 못하는 수준이니 , 모든 것을 케냐나 우간다에서 수입하는 상황이여서 양은냄비 외에 스테인리스 냄비 같은 것은 상상도 못 하는 부엌살림살이입니다 . 이곳에서 구호물품을 준비하는 사람도 그런 것은 전혀 모르고 준비 했을 것이니 다음에는 물건준비단계에서부터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이곳 물가는 식량부족으로 사람들이 절대빈곤에 허덕이고 우리 공동체 직원들은 5 ㅡ 6 만원이하의 월급으로 옥수수 가루 50 킬로 한 푸대 정도를 살 수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
농사도 잘 안 짓는 이 나라에서 그나마 공급 받을수 있는 식량생산의 주요 지역인 마리디 지방에 끊이지 않은 전투로 인해 농사를 지을 수 없어지고 식량공급부족으로 물가마져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
이런 모든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전쟁이 가지고 오는 절망적인 상황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함께 들었습니다 .
오늘 저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떠나는 이태리 사람들을 배웅하고 왔습니다 . 전 세계에서 가장 자연 친화적인 공항이라고 소개드렸던 톤즈공항에서 말이지요 . 이태리 자원봉사자들은 두 사람만 남고 오늘 오전에 모두 이태리로 떠났습니다 .
이번에도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인사하고 아쉬움을 나눴습니다 .
오랜만에 인사드리니 할 말이 많았나 봅니다 . 긴 이야기를 찬찬히 읽어주셨을 우리 수단어린이장학회 회원분들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저는 이만 어린이들 수업을 하러 들어가 보아야겠습니다 .
늘 사랑을 보내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건강하세요 .
2015.08.22
남수단 이해동 라파엘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