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심 레뎀타 수녀님과의 만남>-2부-
1부를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눌러 1부를 읽어주세요.
http://www.frjohnlee.org/frjohnlee/main.php?m=03&s=02&page=&t=r&n=32751
한국에서 굼보로 처음 왔던 2012년경만 해도 길거리의 아이들이 옷도 입고 신발도 신은 모습으로 다녔는데요. 지금은 구멍이 나고 해진 옷에 신발도 없이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많이 보입니다. 오히려 전보다 더 어려워진 상황이 되었지요.
남수단의 내전으로 인해 집과 부모를 잃거나 가난으로 인해 부모가 돌볼 수 없는 아이들은 거리를 전전하며 지내거나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을 모두 돌봐줄 여건이 안 될 때 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까리따스수녀회의 도움으로 운영하고 있는 남수단 굼보의 유치원은 4살 이하의 어린이 160명을 돌보고 있습니다. 사실상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유치원은 수입은 없고 소비만 있는 유치원이지요.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우유와 아시다(옥수수가루로 만든 죽)를 제공합니다. 원주민들의 부담을 줄이고자 한국 돈으로 300원이면 아이들이 1년간 공부할 수 있는 최소의 원비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처음 굼보유치원을 운영할 때는 막막하고 많이 외로웠지요. 하지만 지금은 한국의 많은 분들의 도움과 수녀원에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사랑나눔에 우리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드리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제가 있는 헬스센터와 유치원에 가까이에 살레시오수도회와 살레시오기술직업학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계시는 신부님들과 수사님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수녀님들도 늘 고생하시지만 신체적인 면이나 체력적인 면에서 활동이 제한적인 부분이 있는데, 신부님들 수사님들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일을 시작해서 저녁에 잠들기 직전까지 정말 많은 일들을 해내시고 많은 사람들을 돌보고 그들의 일들을 해결해줍니다. 정말 녹초가 되어 쓰러지기 직전까지 그들의 생활과 하나가 되어 젊은이들을 교육에 투신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하느님께 봉헌된 평생 봉사자, 하느님의 종으로 사는 수도자의 삶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그럼에도 더 많이 주지 못해서 뭐라도 더 해주지 못서 안타까워하는 살레시오 신부님 수사님들의 모습을 볼 때 정말 큰 감동을 느낍니다.
이태석 신부님께서 생전에 톤즈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많이 가르치셨습니다.
그 이유가 저도 그러했고 외국인들이 처음 느끼는 아프리카 인들은 감사하다, 고맙다 하는 말을 할 줄을 모른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저도 처음 왔을 때 헬스센터에서 사람들을 진료해주면 남수단 사람들의 반응이 감사하다고 하지를 않는 것에도 의아했고 또 잘못을 저지르고도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의아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예전에 식민지 시절에 포로들이 미안하다 죄송하다고 하면 바로 죽임을 당했었다고 합니다. 그 기억이 이들에겐 생존에서부터 이어져온 문화가 되어서, 이들은 마음으로 미안해도 자기가 잘못한 것을 인정은 하지만 미안하다는 표현은 안하게 되었고 감사나 사과의 표현들 자체가 이들 문화에선 생소한 표현 이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특히 아이들을 가르칠 때에는 타인에게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것, 잘못 했을 땐 미안하다고 표현하는 것을 늘 습관으로 할 수 있게 가르칩니다.
처음엔 치료를 받으러온 환자들도 치료가 끝나면 휙 가버리다가 지금은 5%, 10% 씩 점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갑니다. 학교에서 공부도 배우고 함께 감사 기도도 하며 이들은 사랑을 표현하는 법, 미안함을 표현하고,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그렇게 보면 미안함도 감사함도 배워야만 하는 이들이 나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까요?
아닙니다. 남수단 사람들은 정말 하느님에게 선택받은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옛날부터 이어져온 기나긴 종교전쟁에서부터 지금 천연자원의 소유권을 둘러싼 끝없는 내전 속에서 열악하고 가난한 환경에서 살아가야하지만 어느 한사람 찡그린 얼굴한 사람이 없습니다.
한사람 월급으로 아시다(백설기처럼 만들어먹기도 하고 죽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는 옥수수분말) 10kg 밖에 살 수가 없어서 풀을 빻아서 죽을 해먹고 우유 한컵을 구하기도 어려운 배고픔이지만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북을 두드리며 노래하는 남수단 사람들의 여유는 그 어떤 행복보다도 풍족합니다.
매일 기도합니다. 이들에게 배고픔이 없어지길 더 많은 교육의 기회가 생기길 그리고 평화가 깃들기를 늘 기도합니다.
여러분도 함께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늘 사랑나눔에 동참해주시는 수단어린이장학회 후원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