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난민촌에서 보낸 류치프리아나 수녀님의 편지>
남수단 전쟁으로 케레피에서 우간다로 피신한 난민캠프에서 온 편지 입니다.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남수단 출신의 많은 아동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계시는 류 치프리아나 수녀님의 소식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합니다.
주님의 평화 2017. 10. 30
수단 어린이 장학회에 관계하시는 모든 분께 인사드립니다.
남수단 선교사로 2011년 파견된 류 치프리아나 수녀입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 있으실 텐데 제가 어려울 때마다 도움 주신 수단 어린이 장학회 임원진들께 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왔습니다. 남수단 수도 주바를 떠나 케레피라는 작은 마을에 남수단 현지 사제들과 함께 새 미션을 열고 교육 사도직을 막 시작하려 할 때(2016년) 바로 저희 마을이 뜻하지 않게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어 모든 주민과 함께 남수단 국경선을 넘어 우간다 난민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한 달이면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했는데 1년을 넘게 이곳에서 지내다 보니 많이 지쳐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또다시 우리 난민촌 아이들의 장학 지원이 수단 어린이 장학회에서 이뤄지니 저희는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난민촌에 살고 있는 가정들에 오직 남는 것은 사실 자녀 교육을 시키는 거지요. 아이들은 성장해 가는데 머릿속엔 아무런 지식 없이 시간만 보낸다면 안 되겠지요. 남수단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너무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려오는데, 도움을 줄 수 없어 눈 감을 때가 많았었어요. 이 척박한 삶에 이젠 면역이 되어 버린 정도이지만 그래도 오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요.
얼마 전에는 나무 그늘에서 1년을 버텨 온 1,000명 이상의 초등학생들에게 양철로 된 임시 교실 9칸을 지어 줄 수 있었어요. 2개월 만에 다 지어 지금은 교실 안에서 공부하고 있지요. 대만에 살고 계시는 한국인 신부님과 연락이 닿아 추진 한 일이었어요. 지난 주엔 마지막 결과 보고서를 보내느라 바빴답니다. 간단한 답장을 하셨더라구요. “우리는 있는 돈 조금을 보냈을 뿐인데 수녀님 보고서를 받으니까 이 건물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셨는지요.” 가슴이 뭉클하며 그래도 밤잠 안 자고 보고서 만드느라 애쓰는 저를 알아주시는 분이 계시구나 하며 고마웠어요.
저는 늘 장학회 도움을 받으면서 백광현 신부님께 이런 감사함을 갖고 있지요. 늘 제가 몸담은 선교지에 관심 가져 주시고, 보고서조차 쓰지 못해 헤매고 있을 때 이렇게 저렇게 쓰라고 일러 주시고, 계산이 잘 안 되어 뒤죽박죽인 것을 발견하면 알려 주시고, 손수 체크 해 주시는 분, 늘 격려의 한 마디를 건네주시는 신부님이세요. 마치 세상에 저 혼자에게만 관심 가져 주시는 듯한 느낌. 바로 돈 보스코의 청소년을 사랑하는 영성을 사시는 분이시지요.
제가 한국을 떠나 올 때 손수 만드셨다면서 묵주를 건네주셨던 자매님, 어딘가에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주셨던 자매님들, 수원 교구청까지 함께 가셨던 예쁘신 자매님… 개신교 신자셨는데 이태석 신부님께 푹 빠지셔서 장학회 일을 하게 되셨다던 소박한 느낌을 주시던 자매님, 여러분들의 수고와 분발심이 이제 국제 피난민이 되어 있는 어린이들에게 웃음을 되찾아 줄 수 있게 되리라 희망합니다. 저희 수녀들과 신부님과 장학회 모든 분의 관심과 사랑과 수고가 이 남수단의 어두움을 거둬내는데 한 몫을 이루면 좋겠습니다. 바로 그게 우리들의 보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저와 함께 늘 선교 활동하시는 브루노 수녀님이 한국에서 긴 휴가 마치고 돌아오셨어요. 만나서 우리끼리 하는 말이에요. “우리도 이제 맛있는 것 많이 사 먹고 고생 좀 덜하자. 그동안 우리 너무 고생하면서 사는 것 같지 않은가? 작은 냉장고라도 하나 사자.” 하면서 넋두리했지만, 이제 수단어린이장학회 때문에 고생(?) 엄청(?) 하게 생겼어요. 사서 하는 고생이지요. 제가 한국에 제대로 휴가나 갈 수 있는 시간이 나올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우리가 하는 일이 주님 보시기에 좋으시겠지요. 그러면 된 거죠.
여러 장학회 임원님들, 우리 열심히 하시게요. 제가 살아 보니까, 사심 없이 남을 위해 고생하는 게 가장 보람 있더라고요. 주님의 이름으로.
그럼 또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남수단 선교사 류 치프리아나 수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