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아이들과 함께 걷는 행복한 길
안녕하세요 ?
지난 1 년 동안 보내주신 사랑과 정성으로 ‘ 거리의 아이들과 함께 가는 길 ’ 의 열악한 환경의 초등부 , 고등부 , 전문 , 기술 교육을 받는 24 명의 아이가 한 학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기에 아이들의 감사 인사도 함께 전해 드립니다 .
지난 한해는 여섯 명의 초등학생들이 처음으로 기숙사 생활을 시작해서 잘 적응한 참 감사한 해이기도 합니다 . 한국에서는 기숙사가 있는 초등학교가 흔하지 않지만 , 케냐에는 전기나 물이 없는 가정환경 등의 이유로 기숙학교가 많고 , 저희 프로젝트에 속한 아이들처럼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줍니다 . 슬럼가의 집에서는 물과 전기도 없고 , 여러 가지 가정 문제 ( 배고픔과 부모의 알코올 중독 등 ) 에 아이들이 혼란을 느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
방학에 집으로 갔던 아이들이 학기를 시작하기 위해 올 때면 , 표정이 한층 어두워진 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 그럴 때는 마음이 아프지만 , 기숙학교에 갔던 아이들이 다시 밝아진 얼굴로 돌아와 학교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을 이야기해 줄 때는 큰 기쁨을 느낍니다 .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기쁨입니다 .
성탄이면 가벼운 선물을 들고 , 아이들의 집을 방문하기도 하는데 그 아이들의 환경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친척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기에 그런 집에는 이래저래 딸린 가족이 참 많기도 합니다 . 어릴 적에 싱글맘을 잃은 아모스는 길거리 생활을 하다가 저희 프로젝트를 찾아왔고 , 방학에는 이모 집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 그런데 이 이모 집에는 아모스와 그의 여동생만 있는 게 아니라 이모의 자녀들과 병으로 세상을 떠난 또 다른 자매의 자녀들도 줄줄이 있어서 생활고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 근근이 하루를 벌어 살아가면서도 그 표정은 어찌나 밝은지 그런 이모와 방학을 같이 보내는 아모스의 경우는 행복한 경우입니다 .
다른 아이의 경우에는 가족들이 가난과 병에 찌들어 컴파운드에 들어서자마자 무력감과 절망이 밀려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 이 아이들은 오래전에 이런 집을 떠나 길거리를 집으로 삼아 떠돌아다니다가 , 공부하게 되면서 거리에서 학교로 , 방학에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 아이들입니다 . 이미 삶의 여러 가지 어려움과 도전을 체험한 아이들에게는 학업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며 여러 가지 면에서 성장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입니다 .
유난히 대인 관계에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고 , 도둑질이나 싸움으로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 학업을 중단하고 길거리로 돌아가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 도전을 이겨내고 희망을 품고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작은 성공도 격려하고 축하해 주고픈 마음이 생기게 되었고 , 1 년에 한 번 정도는 동네에서 가장 좋은 레스토랑에서 치킨 파티를 하기도 하고 프로젝트를 거쳐 간 이들의 경사에는 함께 모여서 한마음으로 축하해 주기도 합니다 .
지난 12 월에는 마이클의 혼배성사가 있었습니다 . 고아였던 마이클은 프로젝트를 통해 초등 교육과 기술교육 과정을 마치고 , 취직해서 가정을 꾸려 아들을 낳아서 살다가 어느 정도 결혼 자금이 생기자 성당에서의 결혼을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 저희 프로젝트 출신의 첫 번째 결혼이었으니 다들 함께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 고등학생들은 잔치 마당에서 멋들어진 댄스를 선보이고 , 함께 케이크를 자르며 좋은 날을 맘껏 경축했습니다 . 마이클은 아기가 병원에서 태어나던 날에도 , 결혼식에도 부모 대신 저희에게 연락해 와서 축하해 달라고 했지요 . 마이클이 안정된 가정을 꾸려 재미있게 살아가는 모습은 지금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합니다 .
그렇게 한 아이가 가장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마이클이 삶의 기회를 다시 찾고 , 행복을 얻은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 도움을 주시는 작은 마음이 모여서 이루어내는 큰 희망을 바라보며 더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가치대로 삶을 꾸려나가는 축복을 기도해 봅니다 .
사랑을 보내주신 모든 분께 하느님의 축복과 평화가 가득하길 빕니다 .
김현수 에우제니아 수녀 /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