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톤즈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살레시오회 톤즈 공동체의 원장으로 있는 안티미 폴 신부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여러 도전과 어려움에도, 학교 운영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와우(Wau)에 있는 돈 보스코 초등학교의 새로운 선생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와우 공동체를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비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제 마음은 더욱 바빠졌습니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많은 아이가 교육의 기회를 잃지 않도록, 저녁에 수업을 추가로 개설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여러분께 이태석 신부님과의 추억을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이태석 신부님을 만난 것은 1999년이었습니다. 그때 신부님께서는 로마 유학 중에 케냐 나이로비를 방문하셨고, 그 당시 저는 수단에 선교사로 나가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태석 신부님과 만나 즉시 친구가 되었습니다. 신부님은 종종 기타를 연주하셨고, 저는 신부님의 이발을 도와드리고는 했습니다. 나중에 서품을 받고 회의 참석차 관구관이 있는 나이로비에 오셨을 때, 저는 신부님을 안내해 쇼핑하러 가기도 하고, 한인 평신도 형제를 방문하실 때 동행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신학생 시절을 나이로비에서 보내 상대적으로 나이로비 생활이 익숙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은 겸손하셨고, 길가에서 만나는 어린아이와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이런 신부님의 모습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신부님은 소박하고 꾸밈없었습니다. 게다가 꿈을 실현하기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남수단 아이들을 위한 원대한 꿈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신부님은 자신의 소명을 사랑했고, 젊은이들을 너무도 사랑하셨습니다. 그 때문에 신부님은 모든 것을 기꺼이 희생하셨습니다. 자신의 시간과 재능, 그리고 의사로서 보장된 안락한 삶을 기꺼이 바치셨습니다.
최근 톤즈에서는 부족 충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러 부족이 서로 땅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며, 물품을 약탈하고, 가축을 훔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충돌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어떤 지역 공동체들은 지속적인 충돌을 피해 피난을 떠납니다. 이렇게 피난을 떠난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어렵습니다. 피난 과정에서 재산과 집과 농작물을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피난민들은 생존하기 위해 살레시오회, 세계식량기구, 다른 원조 기구 등에서 지원하는 구호 물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원조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너무 늦게 도착하며, 그 양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작년에 홍수가 일어나 상황이 더욱 악화하였습니다. 지금은 우기가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농사를 지음으로써 천천히 일상의 삶으로 돌아오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 사람들에게는 씨앗이 필요합니다.
수단어린이장학회에서 이곳 톤즈에 지원하는 여러 사업은 학교에 오는 아이들과 지역주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여학생 기숙사는 울타리가 없어 외부에 노출되어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가축들이 들어왔고, 낯선 사람들이 침입할까 불안했습니다. 지금은 수단어린이장학회의 지원으로 기숙사를 둘러싼 담을 설치해 여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어려움을 겪어왔던 교사 숙소 또한 완공되면 훨씬 나아지리라 예상됩니다. 선생님들의 숙소 문제가 해결되면, 우리는 더 많은, 더 좋은 선생님들을 모실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 또한 더 나은, 안전한 환경 안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전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단어린이장학회의 도움으로 돈보스코 중고등학교의 지붕 교체도 진행했습니다. 오래된 지붕은 특히나 우기에 비가 오면 물이 새서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책과 학교시설이 비에 젖어 망가졌고, 학생들은 교실에서 공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학교 지붕 전체를 교체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지역주민이 자신의 아이를 돈 보스코학교에 데리고 옵니다. 우리 학교가 다른 학교보다 더 안전하고,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개, 당나귀, 소, 염소, 양과 같은 가축들이 빈번하게 학교 안으로 들어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담을 설치하여 동물들의 침입을 막고,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학교 내에 나무와 꽃을 심어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이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후원자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아낌없는 지원과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친절과 나눔의 정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지원해주신 후원금이 각 사업의 목적에 맞게 잘 사용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한센인 자녀들에게, 고향을 떠나 피난 온 아이들에게 여러분의 지원이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지원은 때로는 한센인들의 식량이 되고, 그 자녀들의 옷이 되고, 그들의 상처를 치료하는 약이 됩니다. 이 모든 것이 남수단 사람들의 좀 더 나은 삶을 생각하는 여러분의 희생과 관심 덕분입니다.
남수단 사람들은 여러분의 희생과 사랑에 감동하고,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안티미 폴 신부 / 살레시오회 톤즈 공동체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