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소식지를 통해 첫인사를 드렸는데,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안녕하신지요?! 여기는 방글라데시 북서쪽에 있는 시골 도시, 디나스폴에 있는 나자렛초등학교입니다. 올 한 해도 수단어린이장학회의 도움 덕분으로 큰 근심 걱정 없이 300여 명의 나자렛초등학교 학생과 20여 명의 직원 및 교직원들과 함께 무사히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드릴 수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
먼저 이곳 소식을 간략히 전합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2020년부터 약 2년간 학교를 봉쇄했습니다. 그러다가 2021년 10월부터 조금씩 학교 운영을 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다행히 올해 초부터는 마스크 착용, 열 체크, 손 소독 등 방역 규칙을 지키는 조건으로 정규 수업처럼 학교를 운영할 수 있게 해주었답니다. 코로나19 여파와 더불어, 학교 운영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큰 부담은 교직원 월급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꾸준히 공부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오래도록 돌볼 수 있는 교사 인력이 필수적입니다. 수단어린이장학회 후원회원님들 덕분에 이 걱정을 덜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봉쇄 기간 2년 동안에는 1주일에 한 번 학습지를 나눠주고 돌려받아 체크하는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만난 우리 학생들의 학업 수준은 가히 절망(?)적이었습니다. 지난 5월에 실시한 학습 평가에서도 거의 모든 학생이 낙제 점수를 받았지요. 나자렛초등학교는 개별 면담을 통해 가장 빈곤한 가정의 아이들을 우선으로 입학을 시키다 보니, 부모가 맞벌이해야 온 가족이 겨우 먹고 사는 가정의 학생이 많습니다. 그러니 2년간 아이들이 학습지를 받아 집에 가더라도 제대로 돌보거나 교육해 줄 부모가 없었을 것이고 이 학습 평가가 그 결과이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유치부에만 있던 보조 교사를 2학년 교실에까지 배치했고, 방과 후 교실도 매일 2시간씩 운영하며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도왔습니다. 그 결과 두 번째 시험에선 낙제 학생들이 첫 시험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모습이었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운동회나 소풍도 못 가고 공부만 하느라 학생들도 교사들도 많이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독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3학년인데도 모국어인 방글어를 못 읽는 학생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지요. 학생들도 교사들도 잘 따라 주어서 매우 고마웠답니다.
또한 도시락을 싸 올 수 없는 아이들도 최소한 배고픈 상태에서는 공부하지 않도록 쉬는 시간에 간식을 매일 배식했습니다. 또 방과 후 교실에서는 학업에 뒤처진 학생들–사실 이들이 대부분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입니다–이 듣는 나머지 공부 시간 전에도 작은 간식을 매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경비 중 상당 부분이 수단어린이장학회에서 지원해주신 것이지요.
아, 또 감사드릴 일이 있습니다. 지난번 수단어린이장학회 지원금으로 제작한 우비를 올해 입학한 유치부 학생 80명에게도 입힐 수 있었습니다. 등교 땐 멀쩡하던 하늘이 하교할 때에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한 날이 있었습니다. 그날에 딱 맞춰 아이들에게 우비를 입혀 보냈습니다. 그때도 후원자 여러분이 생각나면서 참 많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이번 8월과 9월에는 이태석 신부님을 기리는 영상제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의 삶과 그분의 하느님을 향한 사랑은 물론, 신부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계 어린이들을 돕고 계시는 수단어린이장학회 후원회원님들의 지향과 마음을 교직원들과 학생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신부님의 생애를 간략하게 듣고, 〈울지마 톤즈〉를 보고 소감을 쓰고, 신부님께서 지으신 ‘묵상’이라는 노래의 앞뒤 소절을 방글어로 번역하여 불러 보기도 하였습니다.
방글라데시는 선교가 금지된 무슬림 국가이다 보니 가톨릭 사제의 삶을 보여주는 활동이 쉽지 않았지만, 영화를 스스로 원해서 본다는 확인 서명을 특별히 무슬림, 힌두 종교의 교사들(4명)에게 미리 받아 두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신부님의 영상을 보며 눈물을 닦아내는 교사들도 있었고, 종교가 무슬림인 한 교사는 “사랑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라며 사뭇 진지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시청 후엔 이런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우리가 다시 갚아 드릴 수도 없는데 한국의 후원회원님들은 왜 우리를 돕고 계시는가? 당신도 돌려받을 계산 없이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도울 수 있겠는가? 이태석 신부님은 누구이시며 어떻게 사셨는가? 신부님이 보여주신 삶을 통해 신부님의 희망이 무엇이었는지 볼 수 있었는가? 세상엔 왜 전쟁이 있을까? 평화는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을요. 영상을 시청한 모든 이들은 지금 그 질문에 답을 찾고 있을 것이고, 곧 저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선교사로 이곳에 있는 저도 다시 한번 이태석 신부님으로부터 깊은 자극을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우리 교사들과 학생들의 답을 기대를 갖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곧 있을 영상제를 통해 그 답들이 잘 표현되면 좋겠습니다.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교사들 모두가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보고 함께, 모두가 소중히 여기는 것은 사실 같은 것임을 확인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잠시나마 같이 고민해 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시간을 마련해주신 하느님과 수단어린이장학회에 변함없이 감사를 드립니다.
아쉽지만 이번엔 여기서, 선교지 소식의 마무리 인사를 드립니다. 아무쪼록 모두 건강하시고 주님의 축복과 은총 안에서 더욱 행복하시길 빕니다. 정말 감사해요!
홍정순 마리미셸 수녀 / 한국외방선교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