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자비의 메르세다리아스 수녀회 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김유경 율리아입니다. 자비의 메르세다리아스 수녀회 필리핀 공동체에서는 수단어린이장학회 후원자 여러분의 도움으로 까마린 어린이들을 위한 영양 지원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후원자 여러분께 까마린 어린이들과 직접 만났던 시간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필리핀의 여름은 너무나도 뜨겁고 강렬했습니다. 매캐한 매연을 뚫고 버스와 지프니(필리핀 대중교통 수단)를 갈아타며 2시간 만에 겨우 도착한 까마린을 마주하며, 이곳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까마린은 자주 단수가 되곤 합니다. 까마린 공동체 수녀님들도 단수로 인해 잠시 집을 떠나 있었습니다. 단수가 해결된 후 공동체로 돌아가면 수녀님들이 ‘돌아오셨다’는 소식이 어찌나 빨리 퍼지는지요. 누구에게 말한 것도 아닌데 금세 소문이 퍼져 까마린 공동체는 방문객들로 가득 찼습니다. 다들 수녀님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찾아온 마을 사람들이었습니다.
수녀님들은 후원자 여러분의 도움으로 까마린 여러 마을을 돌며 영양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부터 8월까지는 100명의 아이들을, 9월부터는 150명의 아이들에게 영양 아이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월 1회 진행하던 사업도 월 2회로 늘렸습니다. 그만큼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마을을 돌며 나눔이 시작되자 각 마을에 있는 성당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수녀님들이 이름을 부르면 아이들이 커다란 봉지를 받아 품에 안고 집으로 갑니다. 아주 조그만 아이들도 어렴풋이나마 집안 형편을 인지하고 있기에 봉지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눔의 장소에 이웃 아이를 함께 데려온 엄마들도 많았습니다. 서로가 힘든 상황임을 알고 있으므로, 어떻게든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함께 오는 것입니다. 당장 모두에게 지원 할 수는 없으니, 수녀님들은 다음 달에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나눴습니다.
까마린에는 어린 엄마들이 많습니다. 평균 첫 출산 연령이 낮은 필리핀에서는 흔히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영양 지원을 받기 위해 모인 아이들 사이에서 부푼 배를 안고 있는 아이도 보았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에 밀크 파우더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수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은 아직도 많습니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을 것 같은 어린 남매가 쓰레기를 주워 고물상에 팔아 생활합니다. 아직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실컷 어리광을 부려도 될 나이인데 말입니다. 까마린의 아이들은 너무나 빠르게 철이 들고 있었습니다.
까마린 5인 가정의 하루 벌이는 약 1만원, 한 달 평균 생활비는 20만원 남짓입니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견뎌내야 하는 까마린에서 영양제는 사치입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는 후원자 여러분의 도움으로 아이들을 위한 영양제와 간식도 함께 지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자비의 메르세다리아스 수녀회 필리핀 공동체에는 차량이 없습니다. 따가운 햇볕에 얼굴이 그을리고, 매일 다리가 퉁퉁 부어도 우리 수녀님들은 아이들을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가정에 영양 지원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정말 필요한 식품을 지원해 줄 수 있을지를 매일 고민합니다. 수녀님들을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아이들의 밝은 미소와 후원자 여러분들의 성원일 것입니다.
골목 골목에 자리한 비좁은 집의 수많은 아이들, 스스럼없이 다가와 손을 잡고 축복을 청하던 그 작은 손, 구김살 없는 웃음, 그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정말이지 참된 행복이었습니다.
까마린의 아이들에게 영양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수단어린이장학회 후원자 여러분들, 그리고 필리핀 공동체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수녀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이 계시는 곳마다 평화가 함께하길 기도드립니다.
김유경 율리아 동역자 / 자비의 메스다리아스 수녀회 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