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미예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페루 푸칼파에서 카세리오 지역 아이들과 함께 사는 까리따스 수녀회의 구영주 클레오파 수녀입니다.
수단어린이장학회 가족 모두가 하느님의 축복 속에서 평안한 나날 보내고 계시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저희 소식을 전합니다. 저희는 아마존강을 따라 들어선 ‘카세리오’라는 마을에서 초·중등학교 여학생들을 위한 방과후학교와 기숙사를 운영합니다. 소외, 빈곤, 문맹, 질병의 악순환을 끊고 아이들에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찾아주며, 학업을 지속하여 희망과 미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특히 학교가 있는 빈곤한 지역에는 범죄와 아동 노동, 아동 학대 등의 문제가 빈번히 일어나기에, 아이들이 올바르고 성숙한 청소년으로 자라나도록 지도하는 것이 저희의 주요 목표입니다.
저희는 수단어린이장학회의 도움으로 주어진 매일매일에 늘 만족하고 기쁨을 찾으며 감사하면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 모인 12명의 아이(여학생 10명, 남학생 2명)는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합니다. 저희도 성당 강당에 침실을 마련하여 아이들을 보호하고 다양한 방과후교실을 운영하여 아이들이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도시 아이들과 비교하면 학업적으로 뒤처진 부분이 있지만, 아이들의 순수함과 여러 후원자분들의 지원이 이들을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글 읽는 법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뻐하는지, 아이들의 열망과 간절함을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 몇 달간 이곳 푸칼파에 정말 참기 어려운 더위가 찾아왔었습니다. 사실 이곳은 평소에도 높은 습도와 40℃가 넘는 체감온도를 유지하며 1년의 절반이 우기인 지역입니다. 그래서 신체적으로는 많이 지치고 힘들기도 했지만 그런 속에서도 저희를 잊지 않고 늘 기억해 주시는 수단어린이장학회의 사랑과 동반의 힘으로 계속해서 앞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저는 최근 저희 공동체를 설레게 하는 특별한 소식을 나누고자 합니다.
지난 7월, 멜리사(가브리엘, 알롱소, 에스메랄다의 엄마로, 세 아이는 어린 시절부터 수녀님들의 보살핌을 받고 자랐습니다. 최근 가브리엘이 푸칼파 국립대학 경제학과에 입학했습니다)가 성당 문을 다시 두드렸습니다. 성당의 검정 철문 너머 우두커니 서 있던 멜리사 옆엔 멜리사의 다섯 번째 아들 리앙이 먼지와 얼룩으로 뒤덮여 있는 짙은 남색 유모차에 앉아 더위에 지친 작은 눈만 끔벅 끔벅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날 멜리사는 술에 취해 있진 않았지만 그 둘은 누가 봐도 길거리 신세를 지고 있는 거지 모자의 모습이었지요.
멜리사를 처음 만난 건 8년 전 가브리엘(당시 12세)과 알롱소(당시 4세)가 저희가 운영하는 어린이 무료급식소에서 점심을 먹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멜리사는 미혼모로 항구에서 란차(화물 배)가 도착하면 짐을 내리고 운반하는, 남자들도 하기 힘든 험한 일을 하고 있었고 거의 매일 술에 취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처음으로 이 가족이 머무는 곳에 찾아갔을 때도 갓 태어난 에스멜라다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자고 있는 멜리사 옆에서 거의 버려진 상태로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가족을 성당 안에서 살게 하면서 멜리사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멜리사는 또다시 취중에 넷째를 임신했고 알코올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세 아이를 성당에 남겨 두고 떠났습니다.
그래서 멜리사가 8년이 지나 성당 문을 다시 두드린 그 날, 저는 리앙이 더위에 지친 눈을 들어 저를 쳐다보지 않았더라면 멜리사에게 기회를 주거나 성당 문을 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날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다시 성당에 들어온 날부터 멜리사는 거의 30년 동안 알코올에 의존하며 살아가던 삶을 접었고 보통 엄마들의 일상을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큰아들 가브리엘의 인생 상담자가 되어주고, 자녀들을 등교시키고, 막내아들 리앙의 응석을 받아주는 사랑 많은 엄마로요. 그뿐만 아니라 지난 주일엔 견진성사를 받았습니다.
저는 요즘 멜리사 가족에게 일어나고 있는 이 경이로운 변화를 보며, 지금까지 수 세기 동안 인간의 관점에서는 숨겨져 있으나 항상 우리와 함께 계셨던 가장 큰 하느님의 희망을 만나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 경이로움을 만날 수 있도록 지금까지 함께 해 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분께 더더욱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마존 밀림에 존재하는 가장 큰 나무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아마존 숲을 산책하면서 우연히 이 나무를 만나는 것이 가능할까요? 아마도 그렇게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아마존 밀림에서 가장 큰 나무를 발견하기 위해선 산책이 아니라 광활하고 험한 아마존 밀림 한복판으로 들어가 목숨을 걸고 나무를 찾아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이 ‘찾아 나섬’이 없다면 결코 우린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 테니까요.
늘 우리를 찾아 나서시는 하느님, 그리고 이곳 아마존의 아이들 안에 이루시는 하느님의 놀라운 업적들을 만나기 위해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곳을 찾아 나서 준 수단어린이장학회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구영주 클레오파 수녀 / 까리따스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