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캄보디아 바탐방 교구 내에 있는 쩜나옴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성가소비녀회 소속 이정자 그레이스 수녀입니다. 저희 수도회는 2014년 4월 28일에 캄보디아에 처음 진출하였고 내년 2024년에는 진출 1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저는 이곳 쩜나옴에 2014년 11월 8일에 왔지요.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인상은, 마을에 병원이 없고 주민 대부분이 가난하여 병원 진료를 받을 형편이 안되어 참으로 처참할 정도였습니다. 팔다리에 골절상을 입어도 병원에 갈 수 없어 집에서 통증을 견디며 지내다 보니 뼈가 잘못 부착되어 손과 발의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주민이 생기는 안타까운 현실을 현재도 매일 접합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방문 간호를 하면서 병원에 환자를 의뢰하고, 환자들이 수술할 수 있도록 돕고, 투약·수액치료·상처치료 등 닥치는 대로 아픈 주민들을 간호했습니다. 3년 전에는 작은 진료소를 지었고, 진료소 운영을 겸한 방문 진료를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저를 봉쓰라이 뻳(의사 수녀님)이라고 부릅니다. 캄보디아어로 수도자를 봉쓰라이, 의사를 뻳이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방문 간호를 다니다 보면 의료가 열악한 만큼 교육도 참으로 열악하다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캄보디아어 문자를 자국민들도 어려워하다 보니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도 읽고 쓰기가 안 되는 아이들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마을 방문을 다니다가 아이들을 모아서 영어도 가르치고, 좀 똑똑한 아이들에게는 초등학생 동생들에게 크메르어(캄보디아어)를 가르치도록 격려하면서 방과 후 교실도 운영합니다. 아이들이 오히려 학교 교육보다도 동네 형과 누나들이 가르쳐 주는 공부에 더 흥미를 느끼며 열심히 출석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 부모님 대부분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아이들을 맡기고 생계유지를 위해 태국으로 국경을 넘어가서 집 짓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자 발급이 어려워 불법체류자로 있다 보니 임금을 못 받아도 말을 할 수 없는 형편이고, 돈이 좀 있다고 해도 한번 다녀가는 경비가 상당해서 보통 4~5년에 한 번 집에 다녀가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의 돌봄 없이 고아 아닌 고아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잃어 가고, 중학생이 되면 자기들 부모처럼 태국으로 넘어가서 일거리를 찾습니다. 형편이 너무 어려운 아이들은 절에 들어가서 동자승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데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형편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거리 두기 조치로 2년간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되면서 많은 아이가 학업을 중단하고 생계유지를 위해 태국으로 가거나 시내로 일자리를 찾아서 떠났습니다. 그런 와중에 수단어린이장학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았고 참으로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휴대전화와 비타민 영양제, 식량, 간식 등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가정환경이 열악한 아이들이 영양을 보충해 가면서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을 편하게 들을 수 있으니 공부에 관심이 없던 아이들도 학업에 흥미를 갖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또 휴대전화 영상통화로 생계유지를 위해 태국에 가서 일하는 부모님들의 얼굴을 보고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부모님들과의 교신이 어려웠는데, 영상통화 덕분에 아이들의 그리움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었습니다.
대학 입학을 앞둔 고3 학생들에게는 대학교 온라인 수업과 직장 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컴퓨터를 지원해 줬습니다. 컴퓨터를 지원받은 5명의 고3 학생들은 이번에 모두 우수한 대학에 합격하여 3월부터 대학교육을 받게 된답니다. 또 학교와 집의 거리가 멀어서 학업 중단을 고민하던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지원해 줬습니다. 자전거를 지원받아 학교에 다니게 된 학생들이 20명이 넘습니다. 이 아이들은 평소에 40도가 넘는 날씨에 8km를 걸어서 통학하곤 했습니다.
수단어린이장학회 회원 여러분이 이렇게 나눔을 통한 사랑의 기적들을 이루어 가고 있음을 지난 1년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통해 직접 체험한 감동의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수단어린이장학회 모든 가족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늘 함께하시어 건강하시고 새해에 세우신 계획들 하나하나 이뤄 나가시며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이정자 그레이스 수녀 / 성가소비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