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시를 어떻게 보내야 의미 깊고 뜻 깊고 그래서 십년후 이십년 후 두고 두고 우려먹을 추억이 되겠는가,,,,
이런 고민은 애시당초 없었다.
그냥 연말이라니까 오머나… 2013 숫자가 그리도 낯설더니 벌써 2014? 허이구~~~ 세월 참 빠르다카이…
이정도, 목숨 붙어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생각 외에는 없었다.
이 얼마나 복받은 무신경인가!!!
그런데…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 봐….
아직도 내 주위에 이런 복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보살펴야 하는 나이인 거다.
나 보다 어린 사람이야 인생 연륜이 적어 펄펄한 기운을 못 가누니 별 상관 없지만, (따로 사는 우리 아들)
나보다 나이 드신 분들이 이런 기분이라면 이거야 내가 챙겨야 하는 의무 아닌가 말이지.
그래서 내 주위를 둘러보니,
어린 사람들에게는 전화 한통이면 끝인데 연세 드신 분들에게는 전화 한통으로 때울 수가 없었다.
다른 분들이면 몰라도 부모님들께는….
그래서 가볍게 “우리 올 연말 연초에 쓸친소 한번 하지요?” 라고 시작했는데
막상 뭔가 해 보자니 이게… 쉬운게 아니었다.
처음엔 나가서 외식이 먹자고 할 것도 없이 비싸더라, 해서 집에서 하려고 했더니만
누구 집에서? 뭔 메뉴로? 누굴 모시고????
그래서 외식이 역시 제일이다, 하고 연령불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메뉴와 분위기 딱인 식당을 골랐지만
(이럴 때 인천에서 해물을 요리하시는 이화님 댁이 얼마나 아쉽던지. …
해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 식구들도 이화님 해물찜이라면 뻑 하고 갔는데… ㅠㅠ)
근데 또 문제가….
시 어머니와 친정 부모님, + 분위기를 빛내줄 차세대 꽃인 딸과 그 연인을…. 차 한대로 모실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결론은 이랬다.
부부 좋은 게 뭐냐, 운명 공동체 (오월동주 ㅜㅜㅜㅜ)
남편이 딸과 그 남친 +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딸 직장 근처의 식당으로 갔고,
나는 어머니와 함께 해피 연말연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남편과 딸에게 친정 부모님을 떠 넘기고 났더니
어머니가 내 차지인데, 무얼 해 드려야 좋겠는가….
명색이 파티~니까 사람 많은 게 좋겠지.
나는 막내네 식구들을 부르고, 조카와 그 여자친구도 불러서
성대한(?) 파티를 했다.
이게 바로 여기까지 지루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드리는 선물인데
빠른 시간에 제일 그럴듯한 상차림을 할 수 있는 비법 전수!
두꺼운 스테이크 용 프라이팬이 필수!
그리고..
1. 장을 본다. / 가장 비싸고 맛있는 소고기 안심 부위로. 이게 승패의 80% 좌우.
+ 색깔 그럴듯한 야채 준비 = 홍당무, 브로컬리, 감자, + 양상치나 파프리카, 혹은 아스파라거스 등등….
+ 맥주 1 캔
+ 후식으로 낼 과일 준비 = 색깔 화려한 딸기나 키위나 뭐… 등등….
+ A1 소스를 산다.
+ 매실액기스를 준비한다
2. 밑 준비를 한다 / 감자를 튀기고, 나머지 야채는 데치거나 그냥 썰어서 큰 접시에 그럴듯하게 담는다
3. 프라이팬을 달군 후 중불에 버터 약간 혹은 그냥 고기를 얹는다
거기에 소금 약간 (안 넣어도 됨) + 후추 조금( 안 넣어도 됨) + 맥주(필수) + 매실 액기스(필수)를 적당히 부으면서 익힌다
그리고 마지막에 A1 소스를 넣는다.
여기에 약간의 기교를 부리고 싶다면 버섯이든 양파든 같이 넣고 익힐 것.
4. 밑 준비된 접시 (감자 튀김에 야채 등등을 얹어 모양을 낸 큰 접시)에 스테이크를 올린다.
이렇게 한 접시씩 안기면 너무도 행복해하며 이런 맛 처음이야~~~ 소리를 내게 되 있다.
우리가 소박하게 살아서 입맛 저렴하여 그런가 몰라도,.,,,,
여기에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식탁에 꽃도 꽂도, 미리 과일이나 샐러드도 좀 넣고 , 빵도 맛있는거 올려 놓고…
이러면 더 좋겠지.
넉 잡고 40분이면 이 모든 준비가 완료된다.
인원 8명까지 무난히 한방에 끝내준다. (두꺼운 팬의 크기가 어느정도인가에 달렸지만)
사실 두꺼운 스테인레스 프라이 팬이 필수인데,
예전엔 이게 엄청 귀물이었지만 요즘은 어지간한 가정엔 다 있더만….
이거면 누구든 만족하는 멋진 디너 상 차림이 된다.
우리 어머니도 무척 행복해하시며
“얘, 난 이게 너무 좋더라, 나 죽으면 이걸로 제사 지내주라. ”
이러셨다.
나는 이렇게 해피한 연말연시를 시어머니 댁에서 보냈고,
임무를 마친 후 집으로 들어가 보니, 딸과 남편도
그리고 남친+ 우리 친정 부모님 모시고 부대찌게 집에 가서 즐거운 시간 보낸 후 돌아와 있었다.
딸은 남친에게 큰 소리를 쳤단다.
“너, 네 주위에서 가장 특별한 연말 연시를 보낸 사람일 거다.
네 주위 친구들 누구한테든 물어봐라.
여친과 그 아빠, 그리고 여친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연말에 부대찌게 먹은 사람 있는가 ….
다~ 나랑 연애하니까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거다….”
그 남친은 물론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였단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