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누구나 그랬겠지.
피겨 스케이팅이 뭔지 제대로 아는 사람 얼마나 됐겠어.
어쩌다 돌린 채널에서 피겨 스케이팅이 나왔어도 모두 그게 그거인 착시 현상.
빙그르 돌다가 제대로 서느냐 마느냐 차이는 있지만
모두 똑같이 비슷한 시점에서 뛰고 비슷한 시점에서 돌고 비슷한 시점에서 마무리하고…
저게 대체 뭘까.
궁금해서 좀 보긴 했지만,
어쩌다 우리 나라 선수가 나왔을 때,
혹은 아시아 선수가 나왔을 때,
그 비율의 후덕함에 내가 다 민망해지고, 게다가 빙그르 돌거나 뛰다가 넘어지기를 다반사.
에구, 관두자….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경기를 펼치는지 전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았지.
내가 냉정하고 안목 좁은 사람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하여간 나는 그랬다.
그러다가 김연아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피겨 스케이팅이 뭔지도 좀 알게 되었다.
어마나,,,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더니
그말이 정말이네.
나는 차츰 피겨 스케이팅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차츰 피겨 스케이팅이 참으로 아름다운 스포츠라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다.
얼마나 이해의 폭이 넓어졌냐 하면
김연아의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의 경기도 사랑스럽고 어여쁘게 보이는 경지에 이르렀다.
마오의 경기조차 예쁘게 보일 정도이니, 김연아의 경기야 말해 무얼 하겠는가.
가끔 사는 것이 그렇고 그렇게 느껴질 때,
인간지사 사는 모습이 다 그렇고 그렇게 보여질 때,
추레하고 안쓰럽고 코앞의 이기심에 달려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에 짜증날 때,
더구나 나 역시 거기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 그렇고 그런 인간임을 절감할 때,
나는 김연아의 경기를 봤다.
어떨 때는 한나절을 반복해서 볼 때도 있었다.
실컷 보고는 마침내 가벼운 기분으로 일어서게 되곤 했다.
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더니 그말이 맞는구나….
물론 이 말은 (다행히도) 한 분야가 아니라 다각도에서 진실이다.
숭고한 사람, 영웅적인 용기, 불꽃같은 정의감,
혹은 인간의 경지를 뛰어 넘은 철학, 미술, 문학, 음악, 등등….
그러나 스포츠에서 그런 걸 느낀 것은 김연아가 처음이었다.
김연아,,,,
너는 분명히 천국에 갈 거야.
언젠가 마이클 잭슨이 음악으로 신과 소통하는 느낌을 받는다, 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 것을 보았다.
한때는 천박하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은 마이클 잭슨이 그런 인터뷰를 했을 때,
나는 그 말이 진실이라고 생각했다.
분야는 다르지만
자신의 코앞에 닥친 이해득실을 따라 흔들린 것이 아니라
보다 깊고 넓고 무한한 예술에 몰입하다 어떤 경지에 이르면 그런 느낌을 받겠구나,,, 라고.
혹은 예술이 아니라 무한한 이타심으로 사랑에 몰입하다 보면 그런 느낌도 받겠구나,,, 라고.
그런 사람들 때문에 신은 인간을 참아주고, 또 참아주시는 것이 아닐까.
종교가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세상 우주 만물에 신의 의지, 손길이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 덕분에 높은 경지의 무엇을 생각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하고 감사한다.
신의 손길을 보고자 마음 먹으면 세상에 가득한 것 같다.
보고자 마음 먹지 않아도 사방에서 이렇게 저절로 보고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이태석 신부님의 삶도 그렇다.
누군가 반론을 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김연아의 경기도 그렇다.
이런 시대에, 이런 세상을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
더 이상 김연아의 경기를 볼 수 없게 되어 한편으로는 서운하지만,
김연아가 행복하게 선수 생활을 끝내고 다른 삶을 시작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
영웅의 해피앤드처럼 마음 푸근하고, 인간을 믿게 되며, 세상의 굴러감을 다행스럽게 여기게 되는 것이 또 있을까.
특히나 종교적으로 숭고한 삶을 살아 후세에 그 뜻이 이어지게 되는 것은 더욱 흐뭇한 것 같다.
사랑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사랑이 이어지는 기분으로 안정감과 고양감이 느껴지니까.
역시, 세상은 살만한 곳이고 너그러운 곳이다.
애정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