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인 아름다운 향기
수단의 남부 톤즈는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오지로 불리는 곳으로서, 오랫동안 수단의 내전(內戰)으로 황폐화되어 대부분의 주민들은 정말 힘들고 어렵게 살고 있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은 2001년부터 이렇게 벼려진 이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의료, 교육 사업을 펼치다가 2010년 아깝게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을 보살피다가 자기 건강을 미처 살피지 못한 때문이었습니다.
이 신부님이 세상을 떠난 2010년에 그분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가 제작되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울지마, 톤즈>는 이런 글로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인간이 인간에게 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 남자의 이야기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말을 긍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에서 나온 이 신부님의 고백이 마음에 큰 여운을 남깁니다.
“신부가 아니어도 의술로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데
한국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아프리카까지 갔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내 삶에 영향을 준 아름다운 향기가 있다.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 말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프리카에서 평생을 바친 슈바이처 박사,
어릴 때 집 근처 고아원에서 본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헌신적인 삶,
마지막으로 10남매를 위해 평생을 희생하신 어머니의 고귀한 삶,
이것이 내 마음을 움직인 아름다운 향기다.”
이 태석 신부님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아름다운 향기로서 오래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가장 아름다운 향기는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극도를 자신을 낮추고 비우셨기 때문에 그렇게 되실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은 2천 년 전에 죄와 허물 많은 인간들을 구원하고자 세상에 내려 오셔서 사람이 되셨습니다. 어둡고 냄새나는 마구간도 마다하지 않고 오셔서 기꺼이 우리와 함께 머무시다가 마지막에는 우리 구원을 위해 자신을 송두리 채 십자가에 내놓으셨습니다.
이런 예수님의 향기 덕분에 이 태석 신부님도 아프리카 남수단의 오지 톤즈에서 예수님을 닮아 아름다운 향기를 뿜는 사람으로 살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 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가장 아름다운 향기인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대림시기 한 가운데 있습니다. 우리도 다른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향기를 지닌 사람이 되도록 다짐하고 노력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겉을 아름답게 꾸미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내면을 아름답게 만들려는 노력은 더욱 필요합니다. 비록 이태석 신부님처럼 진한 향기를 뿜어내지는 못하더라도, 은은하고 잔잔한 향기를 내도록 노력해봅시다. 사람들이 나를 만나고 나서 작은 힘이라도 얻고 소소한 기쁨이라도 느낀다면, 그게 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은은하고 잔잔한 향기가 아닐까요? 그런 향기가 너무도 부족한 세상입니다.
이태석신부님을 기억하고, 신부님의 뜻을 이어가는 마음을 깊게 새겨봅니다.
글 게시를 허락해주신 손희송사목국장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