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 –
사랑과 용서와 기도의 일을 조금씩 미루는 동안
세월은 저만치 비켜가고
어느새 죽음이 성큼 다가옴을
항시 기억하게 하십시오.
……
보고 듣고 말하는 일
정을 나누는 일에도
정성이 부족하여
외로움의 병을 앓고 있는 우리
가까운 가족끼리도 낯설게 느껴질 만큼
바쁘게 쫓기며 살아가는 우리
잘 못해서 부끄러운 일 많더라도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밝은 태양 속에 바로설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길 위의 푸른 신호등처럼
희망이 우리를 손짓하고
성당의 종소리처럼
사랑이 우리를 재촉하는 새해 아침
아침의 사람으로 먼 길을 가야 할 우리 모두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다시 살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