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두 손으로 국수사발을 들어올릴 때
-고정희-
하루 일 끝마치고
황혼 속에 마주앉은 일일노동자
그대 앞에 막 나온 국수 한 사발
그 김 모락모락 말아올릴 때
남도 해지는 마을
저녁연기 하늘에 드높이 올리듯
두 손으로 국수사발 들어올릴 때
무량하여라
청빈한 밥그릇의 고요함이여
단순한 순명의 너그러움이여
탁배기 한잔에 어스름이 살을 풀고
목메인 달빛이 문 앞에 드넓다
* 생은 가난과의 싸움이다. 고상한 것, 아름다운 것, 우아한 것들을 향해 생의 노는 쉼 없이 저어 나가지만, 가난은 가장 질기고 혁혁한 장애물로 그 앞에 존재한다. 어떤 이는 하루 한 끼의 국수를 마련하지 못할 만큼 가난하고, 어떤 이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자신의 재산을 빠짐없이 후손에게 물려줄 방법을 연구하느라 밤을 새운다. 마음이 황폐의 극에 이른 탓이다. 어떻게 가난을 극복할 것인가……
살아생전 정희 누이는 눈빛이 참 맑았다. 두 손으로 밥그릇을 들어올리고 청빈과 순명의 시간들을 목멘 달빛으로 드넗게 지켜본 탓이리라.*
-<우리가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때> 곽재구의 달빛으로 읽은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