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Spes Non Confundit).”
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2024년 한 해도 서서히 마무리되어가고 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여러 모양으로 함께 해 주시고 도움을 주신 우리 장학회 가족에게 진심으로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전해지기를 기도합니다.
돌이켜보면 2024년은 안팎으로 참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국내에서는 국론 분열과 인면수심의 사건, 사고 때문에 혼란이 계속되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는 아직도 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되는 생태 위기로 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기도 했습니다.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 상자가 열린 것처럼 여러 가지 재앙과 시련이 고통이 인류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런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제안하시면서 판도라 상자의 마지막 메시지인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우리에게 새로운 해의 표징으로 주십니다. 교황님께서는 정기 희년 선포 칙서를 통해 2024년 12월 24일에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을 열어 새로운 희년을 선포하시겠다고 발표하셨습니다. 그리고 성년의 주제 성구는 바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Spes Non Confundit).”(로마 5,5)입니다. 살레시오 가족도 내년 생활지표를 “희망에 닻을 내리고,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순례자들”로 정하고 보편교회와 보폭을 맞추어 걷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에는 이런 시대적 표징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태석 신부님께서 선교사로 활동하셨던 남수단은 전쟁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 불안한 정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직접 만들고 가르치셨던 노래 “I Give you peace.” 안에는 평화가 신부님에게 얼마나 간절한 기도의 내용이었는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평화를 위한 간절한 희망이 여전히 우리 장학회 가족의 가슴 속에 뜨거운 메아리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평화를 이루어내려는 희망, 그것이 아마 우리 장학회 가족에게 전해지는 영성의 향기요 메아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별히 내년 한 해는 이태석 신부님께서 마음 속에 간직하셨던 평화에 대한 희망이 우리 장학회 가족들의 기도와 실천을 통해 세상에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전달되기를 기도하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 있는 평화에 대한 내용을 나누는 것으로 마침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만도 아니요, 적대 세력 간의 균형 유지도 아니며, 전제적 지배의 결과도 아니다. 정확하게 말해서 평화는 정의의 실현인 것이다. 인간 사회에 창설자이신 하느님께서 인간 사회에 부여하신 질서, 또 항상 완전한 정의를 갈망하는 인간들이 그 질서를 현실화하는 것이 바로 평화이다. 인류의 공동선은 본질적으로 영원한 법칙에 지배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내용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므로, 평화는 한 번에 영원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언제나 꾸준히 건설되어야 한다… 현세의 평화는 이웃에 대한 사랑의 결과이며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그리스도의 평화의 모상이며 결실이다.’ (「사목헌장」 78항의 내용 중에서)
박해승 요한보스코 신부, 살레시오회 /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