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환경부 정책관,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에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고(故) 이태석 신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지만 고인의 고귀한 뜻을 이어받은 활동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4일로 선종 1주기를 맞는 이 신부의 육체는 세상을 떠났지만 사랑의 정신만은 그대로 남아 수단의 딩카족 마을 톤즈에 전해지고 있다. 이재현(사진)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도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사단법인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정책관과 이 신부의 인연은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환경부에서 ‘정책통’으로 유명한 이 정책관은 2000∼2003년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국 요원으로 가족과 함께 케냐 나이로비에서 생활하면서 이 신부를 처음 만났다.
이 정책관은 13일 “나이로비에서 가톨릭 한인회장을 맡았는데 그곳을 들른 이 신부를 자주 만났다”며 “기타 연주 등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점이 비슷해 마음이 잘 맞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 신부에게서 남수단인들의 참상을 전해들은 이 정책관은 고인의 요청에 가족과 함께 2003년 3월 톤즈를 방문하게 된다.
그가 눈으로 확인한 남수단의 모습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처참했다. 그는 20년 이상의 내전 여파로 가난과 질병에 신음하는 남수단 주민의 처참한 생활상과 이 신부의 헌신적인 봉사활동 등 10일간 톤즈에 머물면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2005년 ‘아프리카의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라는 책을 펴냈다.
귀국 후 이 정책관은 인터넷에 ‘수단 이태석 신부님’이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개설하고 수단어린이장학회를 설립, 톤즈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신부가 휴가차 잠시 귀국할 때마다 수단 어린이 돕기 음악회를 함께 열어 후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주 토요일 네 번째로 개최한 음악회가 슬프게도 이 신부님을 추모하는 음악회가 됐다”며 “1,5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고 이 신부님이 직접 만든 노래를 통해 참석자들은 신부님ㆍ톤즈와 하나가 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 신부는 의대를 졸업한 후 군의관 복무 시절 신부가 되기로 결심하고 광주 가톨릭대를 거쳐 2001년 사제품을 받았다. 이후 2008년 11월까지 8년여간 남부 수단의 딩카족 마을인 톤즈에서 의료ㆍ교육에 헌신하며 활동하다가 2009년 대장암 선고를 받고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서동철기자 sdchao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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