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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십자가 앞에 꿇어 주께 물었네 오-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 총부리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을 왜 당신은 보고만 있냐고 눈물을 흘리면서 주께 물었네/(중략) 조용한 침묵 속에서 주님 말씀하셨지/ 사랑 사랑 사랑 오직 서로 사랑하라고/ 난 영원히 기도하리라 세계 평화 위해/ 난 사랑하리라 내 모든 것 바쳐…”
수단의 오지 마을 톤즈에서 헌신하다 숨진 고(故) 이태석 신부가 1980년 고3 시절 대입학력고사를 본 뒤 작사 작곡한 성가 ‘묵상’ 중 일부다.
이태석 신부는 따뜻한 마음만큼이나 재능도 많았다. 의사였던 그는 특히 작사 작곡에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태석 신부가 학창 시절과 수단 톤즈에서 봉사할 때 지은 노래가 최근 공개됐다.
이태석 신부가 작사 작곡한 곡은 ‘성탄’ ‘둥근 해’ ‘작은 별’ ‘묵상’ ‘아리랑 열두 고개’ ‘I give you Peace’ ‘Shukuran Baba(하느님 감사합니다)’ ‘새 아담을 찾아서’ ‘강남(촌) 가는 길’ 등 모두 9곡이다. 2003년 작곡한 ‘I give you Peace’는 2003년 톤즈 청소년 축제의 주제가로 사용됐다.
‘둥근 해'(1973) ‘성탄'(1976?) ‘작은 별'(1972-1975) 등 초등학생 때 지은 곡들에는 어린 아이의 순수한 동심과 함께 어린 시절부터 가난한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겼던 이태석 신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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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해가 떠오른다/ 온세상이 모두 밝아지누나/ 희망에 찬 새아침 밝은 아침을/ 저멀리서 수평선 수평선에서”(둥근 해)
“주여 굶주리는 이들을 보소서/ 이 기쁜 성탄날에도 추워 떨고 있어요/ 아기 예수여 그들을 위로하소서/ 그들도 어린 당신을 생각합니다”(성탄)
“밤을 펼치는 별들의 나라들아/노랑빨강빛 좋은옷 입고 서로들 뽐내세/저기저쪽 저편에 홀로이 외로운 별 처량타/ 무슨 슬픈일 있었나 나만 살짜기 얘기해줘”(작은별)
이태석 신부의 수단 활동을 지원해온 사단법인 수단어린이장학회(이사장 이재현)는 지난 1월 이태석 신부의 선종 1주기를 맞아 추모 음악회를 연데 이어 이태석 신부가 작곡한 곡 등을 모아 CD도 제작했다.
수단어린이장학회의 강현석 이사는 3일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비매품으로 CD를 1만장 제작했는데 찾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yunzhen@yna.co.kr
관련 링크: 이태석 신부가 남긴 자작곡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