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태석 신부 그가 남긴 사랑은 계속된다
의료봉사·교육사업 줄 잇고 20일 범시민추모사업회 결성
“부산사람 이태석 신부, 머리가 아닌 가슴과 삶 속에서 그가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던 고(故) 이태석 신부가 대장암으로 선종한 지 1년 3개월이 흘렀다. 그러나 그가 남긴 사랑과 감동의 여운은 식지 않고 있으며, 그의 고향 부산 곳곳에서 그 숭고한 뜻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신부는 부산 서구 남부민동 출신으로 천마초등학교, 대신중, 경남고와 인제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부산사람이다. 이에 지역에서 그를 기리는 사업이 필요하다는 여론(본보 1월 20일자 4면 보도)이 퍼졌다. 그 결과 최근 그의 동문들과 의료계·학계·법조계·언론계, 부산시 등 각계각층에서 뜻을 모았고, 곧 범시민추모사업회가 결성된다.
가칭 ‘이태석신부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준비위원장 이장호 부산은행장)’는 종교를 초월하고 정치색이 없는 ‘부산의 봉사 후원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준비위는 부산지역 언론계·법조계·의료계와 시민단체 등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오는 20일 오후 7시 부산일보사 10층에서 준비위 운영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공식적인 활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준비위는 앞으로 이 신부의 봉사헌신 정신을 기리기 위해 △봉사상 제정 △국외 의료지원 활동 △이태석 정신 청소년교육 △기념 공연문화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부산권역에서 펼치기로 했다. 또 ㈔수단어린이장학회와도 연계를 맺고 수단 지원활동에도 조력하기로 했다.
현재 준비위 운영위에는 이장호 행장에 이어 김연미 인제대 의대 교수, 김영준 부산시장 대외협력보좌관, 김영종 경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혜경 YWCA 사무총장, 김해몽 부산시민센터장, 박영봉 부산은행 사회봉사단장, 안종일 부산시 자치행정과장, 장구락 인제대 총동창회장(중앙장림병원장), 박종호 부산센텀병원장, 장희석 변호사(법무법인 청률), 차진구 부산경실련 사무총장, 최장승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 홍부희(살레시오수도회 외교선교 부문) 신부 등과 부산일보, KNN 등 언론계 관계자가 참여하기로 했다.
운영위원인 양종필 새부산산부인과 원장(이 신부의 의대 동기)은 “우리가 살지 못한 삶을 대신 살아준 친구 이태석 신부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 그리고 마음의 빚을 되갚고 싶었다”면서 “부산에서 봉사단체 지원과 교육활동을 통해 그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뒤 제2의 이태석을 양성하는 게 사업의 목적”이라고 기념사업회 결성 이유를 밝혔다.
이 신부의 모교인 경남고의 총동창회도 고인의 흉상을 모교 교정에 건립하기로 했다. 경남고 울산지역동창회 동문들은 최근 이 신부의 세례명을 딴 ‘이요한 톤즈회(회장 장승재)’를 결성, 회원 1인당 매달 1만 원씩 낸 성금을 모아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운동을 벌이고 있다.이 신부가 헌신했던 수단 톤즈에선 또 다른 부산사람이 그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말부터 부산시의사회 소속 송근아 원장과 간호사 1명이 톤즈에서 의료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송 원장은 “더운 날씨와 음식 적응이 힘들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행복하다”며 “이 신부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 속에 파고들어 감명을 줬는지를 절실히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신부가 현지에 세운 병원 업무를 맡아 주민과 한센병 환자 등에게 치료봉사를 하고 있으며, 6월까지 체류할 계획이다.
송 원장은 “현지인들은 ‘쫄리(존리 : 이 신부의 세례명)’와 ‘꼬리아’를 반복해 외치며 웃는다”면서 “날마다 이렇게 이 신부께서 남기신 향기를 맡을 수 있고, 향기로운 사람이 있다는 것이 톤즈에서 희망으로 다가오는 시간이다”고 말했다.
또 현지에는 지난해 5월부터 살레시오수도회 소속 우경민 신부와 수녀, 외국인 신부와 간호사 등이 이 신부의 뜻을 이어가고 있으며 다음 달에는 노부부 의사 등 4명이 1년 가량 장기 의료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병철·김백상 기자 peter@ busan.com
영상=김상훈 v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