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다큐영화 ‘울지마, 톤즈’로 전 국민을 울리고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인들을 감동시킨 ‘쫄리 신부’는 짧은 생애를 뜨겁게 살다가 승천했다. 이태석(李泰錫, 1962~2010) 신부는 외과 의사로서 천주교 사제가 돼 내전+질병+기아로 시달리던 남수단에서 선교+의료+교육+음악 활동을 펼쳐 ‘살아있는 예수’로 칭송받았다. 세계의 오지인 톤즈에서 그는 병원+학교+기숙사+우물 등을 설비하고 열정적 봉사로 성자의 삶을 살다간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린다.
이 신부는 부산의 남부민동에서 10남매 중 9번째로 태어나 송도성당에서 유아세례(세례명 요한)를 받았다. 9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 신명남 여사가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갔다. 천주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수녀인 누나와 신부인 형의 신앙을 본받았다. 초등학교 시절 그는 인근 성당에서 하와이의 모로카이섬에서 한센병 환자들과 산 벨기에 다미앵 신부의 일대기인 영화 ‘모로카이’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이후 주일학교 교사, 청년회, 학생회, 성가대, 보좌복사 등의 종교활동에 정진했다.
경남고와 인제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군의관으로 복무한 후 청소년 교육을 위해 살레시오수도회에 입회하고 광주가톨릭대에 입학했다. 그는 1993년 1월 24일부터 수련하면서 1994년 1월 30일 처음으로 서원했고, 서울 대림동 살레시오수도원에서 2년간의 사목실습과정을 이수했다.
1997년 로마 교황청립 살레시오대학교로 유학을 가 종교신학과정을 밟았는데 이 신부는 20년간 한국 선교사로 활동하다가 1991년 아프리카 수단으로 파견됐던 공고미노 수사를 만나 수단 선교사가 되길 권유받았다. 1999년 방학 중 아프리카 케냐로 선교체험을 떠난 그는 남수단 톤즈에서 인도 출신 제임스 신부를 만나 그곳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일생을 바칠 것을 결심했다.
그는 2000년 로마에서 종신서원과 부제서품을, 2001년 6월 서울 구로성당에서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사제서품을 받고 같은 해 12월 7일 남수단 와랍주 톤즈에 선교사로 부임했다. 그곳에서 그는 가난+기아+질병 등으로 죽어가는 참상을 목격하고 선교+의료+구호 활동에 헌신했다. 그는 12칸 병실의 흙벽돌 병원을 짓고 돈보스코병원장으로서 매일 200~300명의 환자를 돌보고 80여 개 마을 순회진료와 예방접종도 실시했다.
이 신부는 학교와 기숙사를 짓고, 초·중·고교 12년 과정을 개설해 수학과 음악을 가르쳤다. 학창시절부터 작곡을 한 그는 35인조 브라스밴드를 만들고 모든 악기를 스스로 터득해 아이들을 지도해 정부 행사에도 초청됐다. 전쟁으로 상처받은 원주민들에 대한 음악치료에 힘쓴 그는 ‘톤즈의 돈 보스코(Don Bosco)’로 칭송됐고, 세례명과 성을 합친 ‘쫄리(John Lee)’라는 애칭을 얻었다.
이 신부는 톤즈의 의사+사제+교사+음악가+친구로서 헌신하느라 자신의 건강조차 돌보지 못했다. 그가 2008년 11월 한국에 휴가차 잠시 입국했을 때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아 톤즈로 돌아가지 못하고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2010년 1월 14일 새벽 5시 35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가족·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47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그의 유해는 전남 담양 천주교 묘역에 안장됐다.
2010년 9월 이 신부의 헌신적 삶을 그린 영화 ‘울지마, 톤즈’가 개봉돼 진한 감동을 전했고, 12월 24일 KBS 1TV에서 구수환 PD가 제작한 ‘성탄특집 이태석 신부 세상을 울리다’가 방영돼 전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2011년 1월 14일에는 이 신부 선종 1주기를 맞아 추모제가 열렸고, 6월 1일 ‘이태석 신부 기념사업회’와 ‘수단어린이장학회’, ‘참사랑실천사업회’가 결성됐다. 또 외교부가 이 신부의 봉사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태석상을 제정했다. 남수단 교육부는 내년부터 발행될 초·중등 교과서에 이 신부의 8년에 걸친 사역과 봉사활동을 싣기로 했다.
이 신부는 단순한 자원봉사가 아니라 숭고한 수도생활을 했다. 그는 안정된 미래가 보장된 의사의 길보다 전쟁과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던 아프리카의 수단인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봉사단체의 순환근무 의사가 아니라 톤즈 사람들과 동일한 인간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며 헌신했다. 사후 그는 KBS감동대상(2010)을 받았고, 국민훈장 무궁화장(2011)이 추서됐다.
<공주대 명예교수>
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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