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베푼 사랑과 희생 메마른 사회 적셔주는 ‘단비’로
지난해 1월 14일 세상을 떠난 이태석(살레시오회, 1962~2010) 신부가 남긴 삶의 향기가 1년이 다 되도록 사그라들 줄 모르고 있다. 오히려 그 향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짙은 농도로 퍼져 우리 사회 곳곳에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사제가 돼 아프리카 수단 톤즈에서 지낸 고인의 삶에서 사람들은 진정한 사랑과 나눔의 의미를 발견했다.
고인은 전쟁과 가난으로 얼룩져 아무도 찾지 않는 수단의 작은 마을에서 희망을 일궈냈다. 총과 칼을 든 아이들 손에 연필과 악기를 쥐어주며 꿈꿀 수 있는 미래를 알려줬다. 또 주사 한 대 맞지 못해 죽어가는 주민들을 밤낮없이 보살피며 생명을 되찾아줬다. 발가락이 떨어져 나간 한센병 환자들 발 치수를 일일이 재가며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맞춤 신발을 만들어 준 것도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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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즈 주민들에게 고인은 더 이상 사제도, 의사도, 선생님도 아니었다. 고인은 그들의 아버지였다.
이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고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인의 삶은 지난해 4월 KBS 구수환 PD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그리고 9월 다큐멘터리는 영화로 만들어져 ‘울지마 톤즈’라는 제목으로 전국 상영관에서 개봉됐다.
계속되는 상영 요청으로 이달 말까지 연장 상영 중인 ‘울지마 톤즈’는 종교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25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가톨릭 신자들이 주를 이루던 관객층이 점차 비신자들에게로 퍼져나갔다.
사실 영화에선 종교색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들은 살레시오회 사제인 고인의 삶을 보며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는 가톨릭교회 가르침을 눈물로 새겼다. 사회적 부와 명예가 보장된 의사의 길을 버리고 하느님 사랑을 온몸으로 증거했던 그에게서 인간을 위해 목숨 바친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고인의 삶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고인의 활동을 도와온 수단어린이장학회 회원 수도 부쩍 늘어났고 후원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살레시오회 관구장 남상헌 신부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점점 각박해지는 요즘, 먼 타지에서 가난한 이웃을 위해 조건없이 희생한 이태석 신부님 삶이 사람들 마음을 움직였다”면서 “이 신부님은 우리 안에 숨어있던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일깨워준 아름다운 사제”라고 말했다.
이태석 신부는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사랑은 여전히 향기롭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