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처지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아프리카 수단 톤즈에서 4개월 여간 의료봉사를 하고 11월 23일 귀국하는 의사 정준원(스테파노, 33, 대전교구 가수원본당)씨와 간호사 고민정(요안나, 30, 제주교구 동광본당)씨를 인천공항에서 만났다.
정씨는 얼굴이 까맣게 타고, 고씨는 살이 쏙 빠졌지만 표정은 매우 밝았다.
정씨는 7월 한 달 동안 톤즈 옆 아강그리알에서 봉사하고 8월 고씨와 함께 톤즈로 갔다. 사전에 현지어인 딩카어를 조금 배워간 덕에 환자를 진료할 때 좀 더 수월하고 정확하게 증세를 파악할 수 있었다.
“살레시오수도회가 운영하는 병원이어서 그런지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혼자 일하면 힘들까 봐 하느님이 간호사 요안나 자매님을 보내주신 것 같아요.”
제주도 한 병원에서 일하던 고씨는 수단어린이장학회 카페를 통해 봉사자모집 소식을 접하고 봉사를 자원했다. 두 사람은 수도회에서 식사를 함께하고 고 이태석 신부가 지은 숙소에서 잠을 자며 환자들을 돌봤다. 8ㆍ9월에는 말라리아 환자가 늘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뛰어다녔다. 수단에서 말라리아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흔한 질병이기도 하다.
“환자들 건강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 있었다”는 두 사람은 한센병환자 마을인 라이촉에서 사람들이 이 신부가 만들어준 신발을 신고 다니며 아직도 이 신부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이 신부님이 어떤 분이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들이 불행하게 살아갈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늘 기도하며 기쁘게 살고 있어요. 주님은 어디든지 함께 계심을 느꼈어요.”
“아직 시설이 형편 없는 병원과 치료해야 할 많은 환자를 두고 온 것이 마음에 걸린다”는 두 사람은 “하느님이 허락하신다면 다시 톤즈에서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씨는 “말이 통하지 않아 마음 속의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물량 공세는 그들을 점점 의존적으로 만들 수 있어요. 우리의 도움이 오히려 그들을 망치는 거죠. 그들이 스스로 일어서기를 바라다면 지금부터라도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합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