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함 속에 살며
“내 힘으로 이곳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어느 날 복음 묵상을 하다가 선교사들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만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나는 그저 매일 하느님께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드리는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갔어요.”
13일 서울 살레시오회 한국 관구 성당. 수단어린이장학회 후원회원들을 만난 ‘톤즈의 선교사’ 이해동(살레시오회) 신부가 남수단 톤즈에서 1년 4개월 동안 선교사로 살면서 느낀 ‘선교사의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이 신부는 “선교사는 선교의 주체가 자신이 아니라, 예수님이라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31일 톤즈로 파견됐던 이 신부는 휴가를 얻어 한국에 왔다. 그리고 이날 남수단을 비롯한 저개발국 교육 시설 건립을 후원하고 있는 수단어린이장학회 후원회들과 만나 미사를 봉헌하고 톤즈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신부는 소를 두고 끊임없이 전쟁하는 부족들, 소 몇십 마리에 팔려가듯 혼인을 하는 여성들, 끊이지 않는 내전으로 죽어가는 군인들 이야기 등 남수단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했다.
이 신부는 “가난에 시달리고, 전쟁이 끊이지 않는 남수단의 안타까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신앙과 교육”이라며 “젊은이들에게 신앙을 심어 주고, 그들이 교육을 받는다면 사회가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매일 하느님 말씀에서 힘 얻어
이 신부는 또 “너무 힘들 때는 ‘내가 여기 와서 뭐 하고 있는지 건가’라는 회의도 들었고, 말라리아에 4번째 걸려서 누워 있을 때는 사람들에게 짐만 되는 것 같아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고백하며 “매일 하느님 말씀을 묵상하면서 하루하루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7월 26일 귀국한 이 신부는 9월 6일 다시 남수단으로 떠난다. 이 신부는 “이번에 돌아가면 남수단의 다른 선교지로 발령 날 것 같다”며 “톤즈를 떠나게 돼 아쉽다”고 밝혔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