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남수단서 의사로 일하며 사랑 갚아 나갈 것” 이 신부 제안으로 2009년 입국 수단어린이장학회 후원으로 공부 외과 전문의 목표로 노력할 것
고(故) 이태석 신부(살레시오회)가 마지막 숨을 쉴 때까지 사랑한 땅, 남수단 톤즈에서 온 토마스 타반 아콧(33)씨가 의사의 꿈을 이뤘다. 이태석 신부의 도움으로 이 신부의 모교인 한국 인제대 의대에 유학 온 아콧씨는 2019년도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에 합격했다. 한국에 온 지 9년 만에 이 신부의 후배가 된 것이다.
이 신부는 2001년부터 8년 동안 남수단에서 의료·교육 봉사를 하다 대장암에 걸려 2010년 선종했다.
아콧씨와 이 신부의 인연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신부가 인술을 베풀 때 아콧씨는 약통을 들고 따라다니며 돕던 열여섯 살 소년이었다. 처음에는 이 신부 옆에서 복사를 섰고, 다음엔 옆에서 약통을 메고 다니며 조수 역할을 했다.
또 이 신부가 마을 아이들 35명을 모아 만든 브라스밴드의 ‘1호 멤버’이기도 했다. 이후 2009년 한국에 가서 의사 공부를 해보지 않겠냐는 이 신부의 제안으로 아콧씨는 한국에 왔다.
이 신부의 뜻에 따라 수단어린이장학회의 후원을 받아 인제대 의대를 졸업했다. 처음 2년 동안은 한국어를 배웠고 2012년 인제대 의대에 입학했다.
현재 그를 포함해 수단어린이장학회의 후원으로 인제대 의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남수단 청년은 존 마옌 루벤(31)씨 등 2명이다. 그는 “앞으로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뒤 외과 전문의가 돼서 고향으로 돌아가 신부님의 사랑을 갚겠다”고 밝혔다.
이어 “힘들 때면 ‘열심히 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그런데 나중에 열심히 하겠다고 하지 말고, 지금 바로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신 이 신부님의 말을 되새겼다”고도 전했다.
아콧씨가 의사의 꿈을 이룬 데에는 이태석 신부의 영성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신부는 가난한 청소년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살레시오회 영성에 따라 살아온 살레시안이다. ‘수단의 슈바이처’이자 ‘돈 보스코’였던 이 신부는 남수단의 사제이자, 의사, 선생님이자 친구였다.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 백광현 신부(살레시오회)는 “선교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사랑의 마음”이라며 “이 신부님은 선교지에서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내어줬고,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 안에 깊은 울림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살레시안으로서 이 신부의 순수한 마음이 남수단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는 것이다.
이어 “아콧씨가 많은 어려움을 잘 견뎌내고 의사가 돼서 저희 모두 함께 기뻐하고 있다”며 “이태석 신부님의 뜻에 따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두 명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