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의료 활동 위해 외과·내과 선택
↑ 지난 2016년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 임상실습 중 고(故) 이태석 신부 흉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왼쪽부터) 토마스 타반 아콧 씨와 존 마옌 루벤 씨. / 사진 제공 = 인제대 백병원 |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온 고(故) 이태석 신부의 제자 2명이 한국 전문의 자격시험에 최종 합격했습니다.
인제대 백병원에 따르면 2024년 제67차 전문의 자격시험 결과 2,727명의 신규 전문의가 배출됐으며, 합격자 중에는 이태석 신부의 제자인 토마스 타반 아콧 씨와 존 마옌 루벤 씨가 포함됐습니다.
두 제자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의학 공부를 통해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들이 이 신부님 덕분”이라며 “전공의 수련에 어려움 없이 임할 수 있게 도와준 인제대 백병원 교직원분들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신부의 권유로 한국에서 의사가 되는 길을 걷게 된 아콧 씨와 루벤 씨는 지난 2009년 수단어린이장학회 도움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신부는 대장암으로 선종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 신부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으로 학업에 매진해 지난 2012년 이 신부의 모교인 인제대 의과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타지 생활이 만만치 않았으나 인제대 측은 전액 장학금으로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지원했고, 아콧 씨와 루벤 씨는 각각 83회와 84회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해 대한민국 의사면허를 받았습니다.
이후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마쳤으며, 아콧 씨는 인제대 상계백병원 외과, 루벤 씨는 인제대 부산백병원 내과에서 레지던트로 수련받아 올해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두 제자가 외과와 내과를 선택한 이유도 모두 남수단에서의 의료 활동을 염두한 결정이었습니다.
남수단은 수년간 내전을 겪은 후 많은 사람이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과를 선택한 아콧 씨는 “남수단에는 외과 의사 부족으로 간단한 급성 충수염이나 담낭염 등도 빨리 수술받지 못해 죽는 사람이 많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외과를 택했다”고 말했습니다.
내과를 선택한 루벤 씨는 “어릴 때부터 내전과 의사가 없는 환경 속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 고통을 겪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며 “그중에는 말라리아·결핵·간염·감염성 질환 등 내과 질환이 대부분이라 내과를 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콧 씨는 외과 의사 경험을 쌓기 위해 인제대 상계백병원에서 전임의 과정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루벤 씨는 수련을 마친 뒤 남수단으로 돌아가 의료 활동과 함께 후배 의사를 양성할 계획입니다.
남수단의 돈 보스코로 불린 고 이태석 신부는 지난 1987년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됐습니다.
이후 살레시오회에 입회하여 사제의 길을 선택한 뒤 2001년 아프리카 남수단의 오지 톤즈로 건너가 병실 12개짜리 병원과 학교, 기숙사를 지었습니다.
구호·의료·선교 활동을 벌이던 이 씨는 지난 2010년 대장암으로 48세 나이로 선종했습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 기자 chung.dabi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