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故이태석 신부의 선종 10주기 추모미사가 살레시오회와 (사)수단어린이장학회, (사)이태석신부참사랑실천사업회 주관으로 지난 12일 오전 광주 북구 광주살레시오고 성당에서 천주교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와 옥현진 총대리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살레시오수도회 소속 사제, 이태석 신부의 가족과 친지, 후원회원 등 모두 400여명이 참례한 가운데 열렸다.
특히 이날 거행된 추모미사에는 남수단 톤즈 출신으로 부산 인제대 의과대학에 재학중인 존 마옌 루벤(한국명 조명석)씨가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이날 추모 미사를 주례한 김희중 대주교는 강론에서 “우리가 봉헌하고 있는 고 이태석 신부의 10주기 미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어느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동참하셨던 이태석 신부의 삶을 기억하고 우리도 이런 가치있는 삶에 보다 깨어 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그 정신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신부님은 내전중인 남수단에서 헐벗고, 굶주리고, 다치고, 병에 걸리고 희망을 상실한 주민들에게 의술과 예술, 따뜻한 가슴을 베풀었다”고 회고했다.
이날 추모미사에 함께한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인사말에서 “고 이태석 신부의 삶과 희생은 바로 이 시대 사제의 모습이자 그리스도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수단 톤즈 출신 유학생으로 부산 인제대 의대에 재학중인 존 마옌 루벤(한국명 조명석)씨는 유창한 한국어로 “이태석 신부님 덕분에 한국을 알게 됐고 이곳에 와서 의학 공부를 하게 됐다”며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신부님 만큼은 아니더라도 신부님처럼 훌륭한 의사가 돼 어려운 이들에게 보답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유족을 대표해 참석한 이태석 신부의 넷째 누나인 이영숙(크리스티나)씨는 “신부님이 돌아가신지 10주년이 되는데도 아직까지 기억하고 기도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가족들도 신부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신부님을 기억하고 미사를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태석 신부의 10주기 추모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이들이 광주를 찾았다.
미사를 마친 참례자들은 같은날 오후 담양천주교공원묘원에 있는 고 이태석 신부의 묘역을 찾아 연도를 바치며 영원한 안식을 기렸다.
한편 지난해 10월 발족한 ’이태석 신부 선종 10주기 기념사업위원회‘는 오는 6월 이 신부의 영성을 조명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것을 비롯해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기록한 정본(正本)형태의 전기를 ’아 김수환 추기경‘을 펴낸 이충렬 작가가 내년 출간을 목표로 현재 집필하고 있다.
살레시오회 소속 수도 사제이자 인제대 의대를 졸업한 故 이태석 신부는 1991년 군 복무를 마친 뒤 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에 입회했다가, 이듬해인 광주가톨릭대 신학대학에 입학해 성직자의 길을 걸었다.
1997년 이탈리아 로마 살레시오대학 유학을 떠나 2000년 4월 종신서원을 하고, 2001년 6월 서울대교구 구로3동 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2001년 12월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수단 남부 톤즈마을 선교사로 자원한 뒤 남수단 톤즈 주민들을 위해 헌신하던 이 신부는 2008년 10월 한국 방문길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병세가 악화돼 지난 2010년 1월 14일 48살세로 선종했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관련 링크: 광주서 故이태석 신부 선종 10주기 추모 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