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의대 졸업하는 ‘이태석 신부 키즈’ 南수단 유학생 토머스
“훌륭한 외과 전공의 돼 귀향… 목숨 잃는 사람들 구하고 싶어”
“한국 의대 공부가 너무 힘들었지만 이태석 신부님과 고국 환자를 생각하며 꾹 참았습니다. 훌륭한 외과 전문의가 돼 남수단으로 돌아가 간단한 치료조차 받지 못해 병이 악화되거나 목숨을 잃는 사람들을 구하고 싶습니다.”
고 이태석 신부의 주선으로 인제의대에 진학한 아프리카 남수단 출신 유학생 2명 중 1명이 학업을 마쳤다. 인제의대와 수단어린이장학회는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토머스 타반 아콧(33·사진) 씨가 오는 15일 ‘제34회 부산 인제의대 학위수여식’을 한다고 11일 밝혔다.
토머스 씨는 17년 전인 지난 2001년 이 신부가 톤즈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 신부를 돕는 복사를 맡았던 학생이었고, 이 신부가 운용했던 브라스밴드의 첫 단원이었다. 당시 이 신부는 의사가 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돕고 싶어 했던 톤즈 현지 학생인 토머스 씨와 존 마옌 루벤(31) 씨가 영특해 눈여겨보고 수단어린이장학회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 두 아프리카 청년은 2009년 12월 국내에 입국해 2년 동안 연세대 한국어학당 등에서 한국어 공부를 한 뒤 2012년 이 신부의 모교인 인제의대에 합격했다.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 낯선 곳에서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된 6년간의 의대 교육과정은 매우 힘들었다. 처음에는 한국 날씨가 너무 추워 고생했고 매운 음식도 잘 먹지 못했다.
토머스 씨는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우수한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니 힘들었지만 고국의 환자들을 치료하겠다는 생각과 이 신부님의 봉사 정신을 생각하며 악착같이 버텼다”고 말했다. 10일 의사국가고시를 무사히 치렀다는 그는 “남수단은 뱀 등 동물에 물리거나 각종 감염병, 피부병 환자 등 외과 진료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매우 많아 가능하다면 인턴, 레지던트까지 하고 전문의를 따 수단에서 외과의사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수단 톤즈 유학생들을 예비 의사로 키우고 있는 인제의대는 재학생들에게 이 신부의 정신을 심어주자는 취지에서 ‘이태석 기념과정’을 개설하고 매년 ‘이태석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이윤재 수단어린이장학회 사무국장은 “지난 2004년부터 이태석 신부를 후원해 왔고 인제의대의 아프리카 청년 2명을 비롯해 충남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남수단으로 돌아간 학생 등 3명을 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