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굼보에 계시는 류 치프리아나 수녀님께서 보내주신 편지입니다.
주님의 사랑은 영원하셔라 . 알렐루 – 야 !!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미션에 함께해 주시는 수단어린이장학회 형제자매님들 ,
주님의 부활을 함께 축하드립니다 .
저희 수녀원 뜰에 암탉 , 수탉 한 쌍이 있는데 , 암탉이 낳은 알이 병아리로 부화되는 건 처음 보았습니다 . 병아리가 태어나기까지 암탉이 20 일 동안 알을 품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꼼짝도 않고 식음을 전폐한 채 이루어지는 과정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 우리 수녀님이 코앞에 가져다주는 물만 겨우 먹으며 죽음을 감수하면서까지 생명을 잉태하고 탄생시키는 모습이 미물인 가축이지만 참으로 신기하고도 숭고하게 느껴졌습니다 .
해마다 부활절이 오면 으레 달걀에 온갖 그림을 그리고 장식을 하여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여 선물하곤 했습니다 . 그런데 올해는 물 한 모금 주는 이 없는 철저한 고독 속에서 행하신 주님의 40 일간 광야 단식이 , 죽기까지 사랑하신 십자가 위의 사랑이 새삼 더욱 애절하게 다가와 눈시울을 적시게 됩니다 .
이제 남수단에서 지낸 지도 햇수로 5 년이 되었습니다 . 정말 어렵고 막막한 상황 앞에 맞닥뜨릴 때면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심정이 되기도 하지만 가난하지만 소박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이곳 주민들 모습에서 위로를 받고 행복을 느끼며 다시 힘을 얻곤 합니다 . 아침마다 홰를 치며 우렁찬 소리로 울어대고 수녀원 뜰에서 혼자서 유유히 놀고 있는 저희 집 수탉은 얼마 전 깊고 깊은 밀림 지역에 갔을 때 원주민들에게 받은 선물입니다 .
그들은 깨끗한 물이 없어 오염된 흙탕물을 마셔야 하기에 몸 속에서 기생하던 선충이 자라면 살갗을 뚫고 나오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 자녀에게는 이 고통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간절한 바람을 품고 있지만 , 조상 대대로 살아 온 땅이라 다른 곳으로 가고 싶지 않은 부족민의 끈끈함이 서려 있는 이들 , 이곳이 주바 교구 소속 공소인 ‘ 소짓 ’ 이라는 마을입니다 . 남자 아이들은 거의 옷을 입지 않고 다녀서 그 이유를 물으니 옷이 없다는 단순한 대답에 할 말을 잃기도 했습니다 .
그런 어려운 형편에도 갈대 잎을 엮어 만든 작은 공소에서 그 동안 담아 두었던 주민들의 밀린 이야기들을 한참이나 들어주고 , 그들이 정성껏 준비한 닭요리와 직접 만든 술 ( 막걸리 종류 ) 을 곁들여 본당 신부님과 함께 점심을 먹고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 보니 아저씨 , 아주머니들이 닭 한 마리를 쫓느라 야단법석이었어요 . 집에 가서 잡아먹으라고 저희에게 선물로 주려는 닭이었지요 . 그 선물이 지금 수녀원 마당에서 뛰어 놀고 있는 우리 수탉입니다 . 생명이 넘치는 녀석을 차마 요리할 수 없어 그냥 놓아기르게 되었고 지금은 사랑스러운 병아리 아빠가 되었지요 . 이 수탉을 볼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나온답니다 .
참 , 얼마 전엔 물이 귀한 이 마을에 펌프를 설치하려고 공사를 담당할 회사에서 답사까지 다녀갔는데 그 이후 부족 전쟁이 일어나 총격전이 벌어졌고 사망자도 많이 생겼습니다 . 이곳 주민들은 물론 본당 신부님까지 함께 주바 시내로 피난을 갔다가 한참 후에야 마을로 돌아오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 하루하루 살아 있다는 게 그야말로 기적인 곳이지요 .
저희들은 어린이센터를 열었고 , 150 여 명 어린이들이 입학을 했습니다 . 그리고 날마다 엄마 등에 업혀 오거나 직접 걸어서 급식소를 찾아오는 아이들이 150-200 명가량 있고요 . 진료소에는 하루 60-70 명쯤 되는 환자들이 진료를 받습니다 . 워낙 장비가 열악하여 대부분 가까운 도시 병원으로 가지만 말라리아 , 장티푸스 환자들은 저희 진료소에 와서 치료를 받고 완치되어 서로 기쁨을 나누고 있습니다 .
이제 저희들은 이 미션에서 180 마일 정도 떨어진 시골로 들어가 배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젊은 여성들을 교육하기로 결정하고 저희들이 살 집을 간단히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마쳤습니다 . 이 미션은 현지 사제들과 함께 이루어갈 계획입니다 .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키가 큰 풀만 무성하지만 주님께서 한 번 해 보라고 하시니 용기 내어 기쁘게 시작해 보려 합니다 .
엄청난 희생이 필요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오랜 시간이 투자되어야 하지만 그 가시밭길에서 예쁜 선인장 꽃을 피워 주님께 봉헌하려 합니다 . 그리고 여러 형제자매님들이 이 가난한 남수단 주민들을 위한 미션에 함께해 주신다는 사실이 저희에게는 너무도 큰 힘과 격려가 됩니다 . 감사라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지만 … 마음을 다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
그래도 이 세상 나그네 길이 끝나고 주님 앞에 서서 우리의 삶을 셈해야 될 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아프리카 남수단 ,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았고 그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우리가 나눌 수 있는 모든 것을 봉헌했다고요 .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과 더불어 부활의 기쁨을 노래하고 싶습니다 .
이 세상 온갖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가난하고 소박하고 진실한 삶을 살아가도록 서로 격려하고 함께 기도해요 . 저희들은 매주 수요일 수도자 공동 기도의 청원기도 안에 그리고 매월 첫 금요일 은인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면서 남수단 미션 후원자들 가정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 언제나 주님의 평화와 부활의 기쁨 안에서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남수단 선교사
류 치프리아나 수녀 드립니다 .
☞ 저희의 새로운 미션에 함께 해주실 분들을 찾습니다 .
저희 뉴 미션에 특별 봉헌을 해 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님의 섭리 안에 가능하면 굴삭기를 구입하려고 합니다 . 이 뉴 미션 지역은 시골 마을이고 모두 농사를 지어 먹고 사는데 , 저희 미션에서 굴삭기를 준비한다면 새 터전을 개간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주민들이 농사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 이곳에서 대여하여 사용할 수도 있지만 하루 빌리는 데 100 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듭니다 . 게다가 이 기계는 타운 쪽에 있기에 여기 시골에서는 빌리기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
그리고 새 미션을 간단히 소개해 드리면 주바 동쪽 산간 지역인 토리 교구에 속하는 로아 미션 (100 년 역사 ) 안의 케레피에 자리한 공소를 현지 수도회 신부님이 성당으로 새로 지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복음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 저희 수녀들은 교육을 담당하는데 우선 여자기술고등학교를 열기로 하였습니다 . 동시에 농업 기술도 가르쳐 이들이 먹거리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시장에 내다 팔아 저축도 하여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 우선 건축을 하고 컴퓨터 , 재봉틀 , 빵 굽는 기계 등도 마련해야 합니다 . 큰 작업이지만 주님의 섭리에 의탁합니다 . 기도해 주시고 함께 이 미션에 참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항상 고맙습니다 . 주님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