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장학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
한동안 바쁜 나날을 보내다 연락 드립니다 .
지금 우리 공동체에 원장님도 우간다에 가셨다가 주바까지는 오셨지만 , 주바에서 오는 비행기가 비가 많이 와서 , 활주로 문제 때문에 , 또 조종사가 아파서 , 또 사람 수가 적다고 ,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톤즈에 도착하질 못하는 바람에 공동체에 어떤 일들이 생길 때 마다 나머지 회원들이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덩달아 저도 조금 바쁜 것 같습니다 .
여기서는 비행기타고 어디를 가고 오고 하는 것이 그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 봐야 그 사람이 왔구나 할 수 있지 .
언제 올 것이라든지 떠나게 될 것이라든지 하는 것을 별로 믿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우리 원장님도 주바에 도착했다고 지난 주 월요일 날 연락을 받은 것 같은데 . 벌써 일 주일이 지났습니다 .
전화 마지막에 했던 말이 ‘내일 모레쯤 가겠습니다 . 인샬라 !’였는데 ..
인샬라 라는 말 뜻은 ” 하느님의 뜻이라면 !” 이라는 뜻입니다 .
요즘 들어서야 여기에 사람들이 그 말을 왜 그리 많이 사용하는지 이제야 알게 될 것 같습니다 .
‘ 내일 모레쯤 가겠습니다 . 인샬라 !’ – 그 때 도착하지 못해도 하느님의 뜻으로 도착하지 못했으니 자신에게는 별 잘못이 없다는 뜻인지 … 하하 ..
엊그제 토요일 날 이곳에서는 세컨더리 스쿨 학생들을 중심으로 컬쳐럴 데이 행사가 있었습니다 .
제가 보낸 사진들이 거의 그날 그곳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
금요일 날 오후에 20-30명의 세컨더리 학생들이 저희 살레시오 공동체 뒷 뜰에 와서 쓰레기 태우는 곳에서 밀가루를 반죽해서 빵을 구워주었습니다 .
물론 장소가 온갖 쓰레기를 태우는 장소여서 약간은 꺼림직하기도 했습니다만 , 나무로 불을 때서 빵을 구워서 빵 냄새는 그렇게 나쁘지 않더군요 .
400 개인가 500개 빵을 만들었는데 부엌에 놓으면 쥐가 바퀴벌레가 잔치를 벌일 것 같아 식당과 세탁실에 가져다 놓기로 했는데 , 이 더운 나라에서 그것을 그냥 용기에 담아 놓으면 그 다음날 쉴 것 같아서 깨끗한 홑 이불을 찾아 그것을 깔고 그 위에 빵을 두껍지 않게 깔아놓고 또 고양이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또 다른 홑이불을 깔고 …. 어쨌든 세컨더리 스쿨 담당 브라더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
그리고 곤히 잠들었는데 .. 새벽 5시경에 갑자기 왠 시끌벅적한 소리와 소의 울음 소리가 몇 번 들리더니 … 아니 글쎄 몇몇의 세컨더리 스쿨이 남학생들이 지난 번 톤지 동네 청소하고 이곳 시장이 주었다는 그 황소 한 마리를 문화의 날 행사에서 먹기 위해 희생시키는 소리였다고 합니다 .
아침에 미사 갔다 돌아와보니 벌써 다리는 다리대로 머리따로 창자따로 씻고 자르고 끓이고 있어서 적지 않게 놀랐지요 .
문화의 날 올 500명 이상 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몇몇 학부형과 학교의 대표 여학생들 남학생들이 땀 흘리며 열심히 손님 맞이 준비를 했습니다 .
이 문화의 날 행사는 지난 2007년부터 이곳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아프리카 문화보전을 위한 하나의 축제행사인데 .
살레시오 학교의 학생들만이 아니라 바키타의 살레시오 수녀님들의 학교 , 이곳 공립학교 하이망고의 어린이들 등등 모든 젊은이들이 다 참가하는 행사였습니다 .
9 시 미사로 시작해서 … 물론 이곳 아프리카 타임으로 9시면 9시 반에 시작하는 미사가 되었고 … 한 시간 반 미사에 곧바로 국민의례 그리고 각 학교와 단체에서 준비한 노래 춤 연극 웅변 등이 점심도 안 먹고 오후 3시까지 개최되다 … 비가 오니 그 때서야 발표하지 못 했던 프로그램은 비가오니 밥 먹고 하자며 3시에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
각 행사들이 내용들이 다 좋았고 준비도 많이 했고 (물론 뜻이 뭔지 알지는 못한 것도 많지만 …) 다 좋았는데 공연하는 사람이나 구경하는 아이들이나 배가 고프지도 않은지 한 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고 있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겨우 축제가 중지되고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
저는 사실 축제 내내 배고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 .
그 나마도 11킬로나 빠진 이곳에서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여러 공연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으려니 ‘금강산도 식후경 “이란 우리 말이 머릿속에서 왔다 갔다 했습니다 .
다행인지 .. 하늘의 비가 저의 불쌍한 위장을 살려주는 시간을 만들어 주어 각 단체별로 교실에 들어가 음식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
저는 선생님들이 먹는 교실로 가라고 해서 들어가보니 조그만 교실에 선생님들이 가득 차 한 쟁반의 음식들을 두 세 사람이 함께 나누어야 했는데 원래 다른 사람보다 많이 섭취해야 하는 저 인대도 모두가 배가 고파 음식이 모자란 듯한 느낌이 받았기에 몇 번 집어먹고는 말았습니다 .
아마 주체 측에서도 식사시간을 늦춘 것이 , 준비한 500인분의 식사량으로는 음식이 모자랄 것 같아서 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아무래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좀 부족 했나 봅니다 .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 이들도 할말이 있는 것이 .. 소 한 마리로는 모자랄 것 같아 염소도 2마리 더 샀다는데 … 예년에 비해 더 많은 사람이 와버려 음식이 모자랐다고 들었습니다 .
제가 보기에는 약 700에서 800명 정도의 어린이들과 어른들 선생님들이 세컨더리 스쿨의 복도를 꽉 메우고 있었습니다 .
오면서 보니 대나무 울타리로 되어있는 세컨더리 스쿨의 울타리들이 다 망가져서 길이 되어있기에 물어보았는데 … 문화의 날 행사는 초대되는 사람만 들어오는데 동네에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기에 그 아이들도 구경을 하고 음식을 먹고 싶어서 정문으로는 통제를 해서 못 들어오니 대나무 울타리를 부수고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 그 이야기를 들으니 옛날 시골에서 가설극장 시절에 돈 내고는 못 들어가니 개구멍으로 기어들어가던 시절의 우리나라 모습도 생각났습니다 .
공연 때문에 공연을 보기 위해 오는 어린이들 젊은이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는 단순히 점심을 얻어먹기 위해 오는 아이들이 상당히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이거 참 배고픔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에 측은한 마음이 들 뿐입니다 .
식사가 끝나고 다시 발표하지 못한 공연을 계속하나 했더니 식사 후에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다 떠나니 다음 공연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다만 비가 오는데도 아쉬운 젊은이들은 마지막 피날레는 모두 다 자유형 막 춤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
이들은 배고픔을 노는 힘으로 극복하는지 어디서 음악 소리만 나면 즉시 춤 동작이 절로 나옵니다 . 이런 모습의 이곳 젊은이들을 보니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의 놀이에 대한 열정과 본성을 잘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
톤지의 여러 지역에서 온 아이들이 비를 맞으며 다 돌아가고 돌아가면서 세컨더리 스쿨 바로 앞에 지어지는 멀티플 펄퍼즈 홀 – 다목적 강당 –을 보고는 내년에는 비가 와도 저 안에서 행사를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좋아했다는데 .
이 동네의 젊은이들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장 한 가운데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두 건물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합니다 .
다목적 강당이 지어지면 이 곳의 젊은이들에게는 난생처음으로 강당이라는게 어떤 것인지 체험하게 될 거라는 생각에 저도 내심 기대하고 또 그것이 한국의 파더 존리 메모리얼 파운데이션에서 지원햇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
그리고 저는 아무 것도 한 일이 없고 세컨더리 스쿨 담당 회원과 브라더가 수고했고 저는 미사 같이 거행하고 얘들과 같이 앉아 낄낄 깔깔 헤헤 하하 호호 한 것 밖에 없습니다만 , 일년 중 이곳 톤지에서는 가장 큰 공적 행사인 만큼 더 풍부히 다음엔 치뤄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
아무쪼록 이곳에서도 우리 나라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보다도 지극히 가난한 모습이지만 이들 나름대로 웃고 뛰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기쁨과 행복을 서로 나누는 행사가 있었다는 것을 전해 드립니다 .
오늘 뉴스에 보니 이제 메르스가 약해져 가지만 또 두 사람이 사망했다면서 한국 소식이 자투리 소식으로 나오는데 메르스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건강들 하시고 기쁘고 많이 웃는 날들이 되시길 빕니다 .
그럼 ….
2015/06/22~26 남수단에 톤즈에 계신 이해동신부님과의 메신저 내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