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슬림 나라에서 꽃피우는 그리스도의 사랑 ”
성탄을 맞이하여 소박한 방글라데시의 구유를 만듭니다 . 아기 예수님을 위해서는 가난한 사람들도 더 이상 가난한 이들이 아닙니다 . 집에 있는 볏단을 가지고 오며 숨겨 두었던 종이를 잘라서 만국기 모양으로 꾸미며 예쁜 수건을 찾아서 아기 예수님을 덮어 드립니다 . 몇 달 전에 수건 한 장이 없어졌는데 성탄 때 아기 예수님의 이불로 나왔습니다 . 이토록 아기 예수님을 위해서는 어느 이기심도 아낌도 없이 내놓는 이들이 저희가 사는 곳의 은인들입니다 .
나자렛의 소박한 삶의 예수님을 본받고자 이름 지어진 나자렛 초등학교 . 비록 작아서 초등학교 5 학년까지만 있지만 유치부부터 5 학년 중 졸업식 때에는 눈물도 흘리며 서로 꽃도 주면서 아름다운 선후배의 정을 나누는 장면은 가슴 따스합니다 .
지난해의 도움은 어찌 감사 드릴지요 . 아이들은 공부의 도움이 오고 간식의 변화가 오는 것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며 서로 웃고 장난하고 또는 싸우며 전과 같이 변함이 없습니다 . 그 아이들 속에서 진행하는 저희와 교사들은 살레시오라는 이름과 함께 벌써 나자렛 학교 깊숙이 도움의 손길이 있고 저희들의 일상이 되어버린 느낌은 이제 친숙하기까지 합니다 . 우유를 마시면서 달걀 껍질을 벗기면서 저희는 여러분들의 이름을 반복하며 아마도 이것이 보답이 되는 기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고해지는 것은 무슬림국가인 방글라데시는 지금까지도 혼란을 겪는 나라라는 사실입니다 . 부정과 부패 . 범법들이 큰 공공기관에서부터 작은 상점에까지 이루어지는 이곳이지만 , 저희는 이 작은 나자렛 학교에서부터 사랑과 진실의 교육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 작은 것이지만 나누어 먹고 , 싸우면 화해하고 양보하고 하는 인간이 되어가는 교육을 말입니다 .
기대하지 않았던 가장 기쁜 소식은 이번 5 학년 아이들 24 명 모두 아주 만족스러운 점수로 국가시험을 전원 통과한 것입니다 . 참으로 기대 이상의 점수가 나와서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이곳저곳 동네에 소문이 쫙 퍼졌습니다 .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 이런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도움을 받아 몸도 정신도 건강하게 공부할 수 있었음은 역시 후원회원님들의 나눔과 정성이었습니다 .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이렇게 매년 매 순간 소박한 나자렛 학교에서 아기 예수님을 만납니다 .
저희의 소박한 기도로 후원회 회원님들의 가정과 하시는 일들 안에서 기쁨과 은총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고정란 마리피앗 수녀 / 한국외방선교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