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를 통해 사랑과 나눔을 가르칩니다.”
인도의 동쪽, 네팔 아래쪽 미얀마의 왼쪽에 위치한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이 두 개로 나뉘어 졌다가 1971년에 독립한 방글라데시는 그다지 비옥한 땅이 아니다. 높은 온도보다도 ‘습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습한 날씨는 바람이 없을 때는 스팀을 연상케 합니다.
한국외방선교수녀회는 마타샤골이라는 조그만 마을에 나자렛 초등학교를 세워 교육을 시작하였는데, 지금은 밧빠라는 곳에 새 학교를 지어 이동하였습니다. 올 6월에 이사하였기에 깨끗하고 넓은 학교, 무엇보다도 창문이 양쪽으로 나 있어서 전기가 나가도 숨이 막히는 일이 없습니다. 전에는 한 교실에 팬이 하나여서 두 개를 달고 보니 처음부터 공사할 때부터 선풍기 자리가 가운데라니…아이들은 양쪽으로 갈라져 앉을 수밖에 없는데…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몰려옵니다.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지만 최소한의 교육비를 받고 있는데 이것 또한 못 내겠다고 신청서를 들고 옵니다. 면담하고 집을 방문하여 조사한 다음 면제해주거나 절감을 해주기도 합니다. 현재 책임을 맡고 있는 마리피앗 수녀는 이곳 주민들의 특성을 알기에 그저 내어주거나 알아서 해주지 않으려 합니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교육은 학교와 집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나라라고 해서 부모님들이 자식들의 교육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설령 많이 없다 하여도 관심을 두도록 함께 노력하고자 학부모회의를 통해 계속적으로 부탁하고 협조를 구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한 시간이라도 앉아서 공부하도록 말입니다. 부잣집 아이들은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좋은 개인교사를 집으로 불러서 공부하기에 성적은 언제나 좋고 더 좋은 학교에 들어갑니다.
나자렛 학교의 이름은 우리의 목적이 소박하고 평범한 학교임을 알려주듯이 좋은 성적이나 좋은 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목적으로 삼지 않습니다. 가난한 아이가 오게 되고 교사들은 두 세배 정성을 들여서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배워야 하는 것을 가르칩니다. 적어도 상점에 가서 덧셈, 뺄셈은 해야 하지 않겠냐는 우리 중 한 수녀님의 이야기처럼 이슬람 국가에서 소수인 크리스천들이 차별을 받고 있기에 특별히 부족한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교육은 쉽지 않지만 우리는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업 전 함께하는 아이들의 기도는 더욱이 아름답습니다. 기독교, 힌두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 안에서 손을 모으고 눈을 감으며 드리는 기도는 어쩌면 온 세상이 하나인 듯 하느님도 하나이고 우리도 하나이기에 서로 사랑하고 살아야 함을 가르쳐주는 기도이며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갈망하는 기도입니다. 기도문 중 한 문장을 함께 나누어봅니다.
나보다 다른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한다면……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물론 아이들은 방글라어로 기도를 바칩니다. 6년 동안 이 기도문이 아이들의 영적 양식이 되어 방글라데시에서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우리의 기도입니다. 가난한 우리이지만 나보다도 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정말 아름다운 우리의 기도입니다. 이 기도문이 아이들의 삶에 살아있기를 바랍니다.
방글라데시는 무슬림이 90% 정도가 됩니다. 문화, 경제, 교육 면에서 종교가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수녀로서 복음을 전파하는 선교사적 직무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언제나 물음입니다. 종교적 제한 안에서 (종교 비자가 있지만) 무슬림에게는 그 어떤 행위도 말도 조심해야 하기에 더욱이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지혜롭게 가르침을 주고 오랜 시간을 두고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 현재 저에게는 답이 되고 있습니다. 종교를 떠나서 진리를 이야기한다면 우리가 모두 하나인 것을 이렇게 나누고 사는 제가, 우리가 안타깝기만 합니다.
나자렛학교는 새로운 학교에서 조금은 더 늘어난 규칙 안에서 질서를 배우고 가르치려 합니다. 질서가 없는 것이 질서인 방글라데시에서 질서, 특히 줄을 서서 기다린다거나 차례차례 기다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학교에서의 수업도 중요하지만 차례를 기다리고 서로 양보하는 것을 가르치고 연습시키는 것은 가장 큰 덕목이라 생각하고 조그만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복도를 갈라서 다른 방향으로 오고 가는 것부터 가르칩니다. 이 작은 가르침이 언젠가는 성장하고 발전하는 방글라데시의 아름다운 한 부분이 될 것을 굳게 믿고 이것이 사랑의 실천이라 생각합니다.
나눔의 감사함은 말로써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 나눔이 헛되지 않도록 목적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기에 수단어린이장학회에서 오는 나눔은 방글라데시 북서쪽의 조그만 마을에서 뿌리를 서서히 내리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며 우리는 서서히 한발걸음씩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함께 관심으로 지켜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고정란 마리피앗 수녀 / 한국외방선교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