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어린이장학회 후원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예수의 까리따스수녀회 소속으로 페루 부칼파에서 선교하고 있는 구영주 클레오파 수녀입니다.
현재 부칼파는 페루 아마존 지역 중에서도 두 번째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가 많은 지역입니다. 사실 이곳 우카얄리 주 부칼파는 페루에서도 가장 나중에 감염자가 발생한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그 어느 곳보다 감염 위험이 큰 지역이 되었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우카얄리 강을 따라 들어서 있는 카세리오에 살아가고 있는 원주민(indígena)들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데 마을 전체가 감염중이라는 것입니다. 급기야 원주민들은 바나나 잎사귀를 마스크로 사용하고 있고 구호품을 받은 마을 전체가 감염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3월 15일부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책으로 페루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식품과 약품의 공급 그리고 금융 등에 관계되는 시설을 제외하고는 모든 상점을 닫게 하고 국내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수단도 차단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리마로 일자리를 찾아 나섰던 지방 사람들은 일자리를 얻기는커녕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걸고 리마에서 다시 자신들의 고향으로 걷고 걸어 돌아가는 상황도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부칼파는 우카얄리 강을 끼고 형성된 도시인만큼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은 항구 주변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감을 구합니다. 그런데 국가비상사태 선포 후 이 모든 활동이 멈춰진 상태라 가난한 사람들은 이제 갈 곳 없는 상황이 되었고, 길거리에서 병에 걸린 상태로 간신히 목숨을 구제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감염자들이 병원을 찾지만, 병원은 이들을 위한 공간을 내주지 못하는 실정이며, 설령 병원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해도 병원 앞 망고나무 아래서 밤을 새우며 진료의 차례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감염과 사망이 늘고 있어 사람들은 점점 병원에 희망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에서 코로나19 관련 재난지원금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약 10만 원 정도의 돈을 지급하고 있는데 정말 가난한 사람들은 이 지원금을 받을 수도 없는 현실입니다. 한편 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 사람들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밤을 새워 가며 은행 앞에 줄을 서고 온종일 자신의 차례를 기다립니다. 그러니 방역이 되지 않은 구호품들도, 빨지 않고 며칠을 사용하는 마스크도, 온종일 줄을 서서 받아야 하는 정부의 지원금도 이제는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감염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매일 우리의 이웃들이, 가까운 친구들이 병원을 가지도 못한 채 아무런 대책 없이 집에서, 길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또 그들을 돌보던 가족들 모두가 감염되고, 시에서는 시체를 빨리 수습하지 않아 급기야 익명의 봉사자가 자신의 트럭을 몰고 집마다 다니며 시체를 단지 비닐봉지로만 씌워 공동묘지로 나르는 이 모든 사건이 우리 모두를 두려움과 아픔에 잠기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걷고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어둠의 터널 속에 우리가 모두 갇혀 버린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오늘 하루를 살아갈 힘이 부활하신 예수님의 빛에서 오는 것임을 알기에 마음속 희망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고 내 이웃의 아픔을 더 깊이 더 절절히 함께 나누며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봉헌합니다. 그리고 온전히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고통 받는 전 세계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구영주 클레오파 수녀 / 예수의 까리따스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