쭙리업쑤어(안녕하십니까).
수단어린이장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저는 캄보디아 포이펫에서 학교를 운영하는 전복남 요한 신부입니다.
계속되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온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회원 여러분과 가족 모두 건강하신지요?
이곳 캄보디아도 코로나19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여파가 크게 미치고 있습니다. 현재 캄보디아 내에는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입국자 외 확진자는 없는 상태입니다. 확진자가 나오면 캄보디아 내의 열악한 의료여건 때문에 통제가 어려울 것을 염려한 캄보디아 정부의 강력한 사전 통제로 다행히도 확진자가 없는 상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현재 모든 육로로의 입출국이 금지되었고, 해외를 오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프놈펜 공항 한 곳만 유지하고 있어서 입국자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통제의 여파로 캄보디아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그 여파가 우선 가난한 사람들에게 미치고 있어서 상당히 우려되고 있습니다. 또한 캄보디아 경제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던 앙코르와트를 중심으로 하는 관광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고, 외국 투자 공장들도 하나씩 문을 닫아서 실직자가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있는 포이펫은 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포이펫은 태국과의 국경 지역에 있는 태국과의 육상 통로가 있는 곳입니다. 이곳 포이펫에 사는 사람들의 주 수입원은 포이펫에 있는 외국인들을 위한 카지노에서 허드렛일을 하거나, 태국 국경 검문소를 매일 오가며 날품을 팔아서 벌어오는 돈입니다. 그런데 카지노가 정부 명령으로 문을 닫고, 국경도 폐쇄되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수입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그 여파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도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학교는 3월 하순 무렵에 정부의 명령으로 모든 학교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온라인 교육에 의지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교육을 받을 기기들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상당수의 학생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정에 컴퓨터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가족 중에 스마트폰이 있는 경우에만 겨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있다고 해도 스마트폰 한 대를 온 가족이 돌려쓰니, 학생들이 이것으로 집중하여 공부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가난한 가정의 학생일수록 공부하기는 더욱 어려운 환경입니다.
캄보디아 정부도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고, 학교 교육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하지만 전면 개방이 아니라 졸업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6학년, 한국의 중학교 3학년인 9학년, 그리고 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인 12학년을 대상으로 교실의 학생을 둘로 나눈 2부제 수업을 허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곧 우리 학교도 정부의 승인이 떨어지면 학교 수업을 재개할 예정입니다. 이미 방역 준비에 대한 정부의 점검을 받았고, 개학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학교가 쉬는 동안에도 바쁘게 지냈습니다. 생계가 어려워진 학생들의 집을 방문해서 식자재를 나눠주었고, 캄보디아에서 처음 시행되는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구축해서 수업이 진행되도록 도왔습니다. 그러던 사이에 멀리 떨어져 있어서 평소에는 가보지 못했던 기숙생들의 집들도 방문했습니다. 거리가 먼 시골에 살고 있어서 오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지만, 사랑하는 학생들의 가정을 방문하고 가정환경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하루는 9학년 쏘파이의 집에 들렀습니다. 나무와 함석으로 지은 집은 6명인 온 가족이 잠을 자기에 매우 좁아 보였습니다. 집 앞에 금방 넘어질 듯 보이는 평상이 있었고, 평상 위쪽을 비닐로 지붕처럼 만들어서 비를 피할 수 있는 것을 보니, 집이 좁아서 평소에 이곳에서 잠자는 듯했습니다. 비 올 때 바람이라도 불면 잠을 못 자고 비가 들이치지 않는 쪽으로 모여 비 그치기를 기다릴 것이 뻔해 보였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길이 멀어서 시간은 이미 점심시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쏘파이의 부모님이 이미 점심 식사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생선구이와 닭고기구이 그리고 채소와 함께 캄보디아 특유의 소스가 함께 차려져 있었습니다. 소박하지만 선생님과 신부님이 방문했다고 평소에 가족들이 먹지 못했던 음식을 무리해서 준비한 듯 했습니다. 맛있게 먹고 인사하며 일어서려는데 선물이라면 웬 종이상자를 준비했습니다. 함께 갔던 비어스나 선생님이 맛있는 ‘쁘라엥’이라며 좋아했습니다. 쁘라엥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가족들의 정성에 감동했습니다. 자신들이 먹기에도 모자란 것을 애써 준비해 준 것 같았습니다.
쏘파이의 집을 나와 같은 마을에 있는 쏘파이의 사촌 12학년 차눈의 집에 갔습니다. 나무 사이에 걸어둔 해먹에서 차눈이 부스스 일어났습니다. 오랜만에 본 얼굴이 반가워서 가까이 가서 눈을 들여다보니 눈이 빨갰습니다. ‘너 공부 안 하고 밤에 춤추고 놀았지?’하고 물으니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졸업시험 준비해야 하는 녀석이 공부는 하지 않고 밤에 어디 가서 춤추고 놀았구나 싶었습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껌껌한 밤에 음악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밤늦게까지 춤을 추고는 합니다.
집 앞에는 불이 피워져 있고, 불 위의 석쇠에 작은 토끼 정도 되는 정체 모를 고기가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그 고기로 하자고 했지만, 이미 먹고 왔다고 하니 가져가라고 부모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함께 갔던 소피아 선생님이 쥐는 어디서 잡았냐고 하니 부모님이 들에서 잡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제가 옆에서 ‘무슨 쥐?’ 하고 물으니 선생님들이 불 위에서 익어가고 있는 정체 모를 고기를 가리켰습니다. ‘쁘라엥’은 바로 들쥐였던 것입니다. 알고 보니 사촌인 쏘파이와 차눈이 손님 접대한다고 며칠을 밤새 들쥐를 잡으러 다닌 것입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공부 안 하고 놀러 다녔다고 타박한 게 미안해서 차눈의 얼굴을 보고 미안해하니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숙입니다.
캄보디아에 와서 살면서 다른 문화와 환경 때문에 힘든 것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여기도 한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때도 많습니다. 특별히 좋은 모습이 같다고 느꼈을 때는 감동을 더 크게 받고 더 힘을 받습니다. 가난한 살림에도 정성을 다해 선생님이나 손님들을 대접하려는 마음은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정을 느끼고 기쁘게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을 위하고 자신이 줄 수 있는 좋은 것을 주려고 하는 그 마음이 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배려하고 의지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기를 소망해 봅니다.
수단어린이장학회 회원님들과 가족분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면서 포이펫의 소식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쭙리업리어(안녕히 계십시오).
전복남 요한 신부 /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