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어린이장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수단 케레피에서 인사드립니다.
동서남북이 모두 푸르고 그 위에 하얀 뭉게구름이 흘러가며 비 온 뒤엔 아름다운 무지개를 드러내던 그곳이 케레피라는 작은 마을입니다. 이렇게 돌아온 지가 한참만입니다. 군인들이 총을 쏘아 대고 젊은이들이 죽어 가던 그 위를 뛰어넘어 우간다 국경 아주마니로 피해 난민으로 살아온 세월이 2년 반이었습니다. 그리고 우간다 니믈레로 들어와 1년 반이 되었으니, 실로 4년 만에 케레피 땅을 다시 밟았습니다. 그동안 남수단의 가난한 사람들과 저희 수녀들을 위해 기도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살던 그곳은 이제 옛 모습 그대로가 아니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만큼 모든 것이 변해 있었습니다. 저희가 사용하던 건물들은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군인 도둑들이 들어 뜯어갈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져갔습니다. 지붕 양철부터 시작해서 전기선과 밸브, 창문과 출입문까지 다 떼어 갔습니다. 부착되었던 가구들까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타일도 떼어 갔습니다. 군인들도 남수단 사람일테니 학교는 건드리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전쟁 군인들이라, 반군들을 쫓아내고 얻어지는 전리품으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지붕을 다 떼어냈으니 천장이 그냥 자연 비바람에 모두 무너졌습니다. 담쟁이 넝쿨이 자라나 벽을 타고 높이 올라가 있었고, 교실 안에도 잡목 및 풀들이 자라나 있었습니다. 4년이란 세월이 폐허를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심지 않은 나무들이 껑충 자라나서 지붕 위에 그늘을 드리웠습니다. 요즘 아저씨 두 분과 2명의 수녀가 고학년 남학생 2명씩을 데리고 일주일에 한 번 이곳에 가서 잡목 자르는 일과 풀 뽑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도 모두 폐허가 되었습니다. 어느 집 하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흙벽돌을 만들어 집을 짓습니다. 그래서 집들은 세월을 견디지 못해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놀랄 일도 아닙니다. 고향을 떠나 피난처에 가서도 즉시 흙을 짓이겨 집을 지었으니까요. 지금 이곳의 문제는 열악한 교육환경과 식량, 그리고 의료입니다. 아직 사람들이 난민촌에서 다 돌아오지는 못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을 봉쇄하였기 때문입니다. 더러는 넓은 땅을 갈아 이 나라의 식량인 카사바를 심어 놓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곳 선교지 주위로 새로운 마을이 조성될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난민촌에 있는 지역장으로부터 받았습니다. 그러면 이들이 제일 필요로 하는 것은 물일 것입니다. 프로젝트 경비는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으므로 절차만 이뤄지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온 사방이 부시(밀림)가 되어 버려 기계가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자동차로 이곳까지 들어오기 위해서는 풀숲을 헤지고 가시나무 잡목들을 자르면서 오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지나고 나면 우리 케레피 어린이들이 재잘대며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올 것입니다. 부모들은 땀 흘려 일하면서 가족들을 부양하려 애쓰고, 매주 주일은 성당에 와서 하느님께 찬양하며 미사를 봉헌하게 될 것입니다. 청년들은 마을의 주인답게 마을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성가 연습도 시키고, 이웃 마을과 교류도 하면서 이를 위해 밤낮 본당 사제와 미팅하게 될 것입니다.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남수단을 위해 기도해 주시는 수단어린이장학회 회원분께 감사합니다. 저희도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류선자 치프리아나 수녀 / 예수의까리따스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