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막기 위해 이동을 제한하고, 봉쇄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하는 터에 누군가는 상상도 하지 못한 가족 간의 갑작스런 생이별을 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이유로 이별을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천재지변도, 전쟁도, 난리도 아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만든 경계선으로 우린 모두 이산가족이 되는 경험을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이 바이러스는 지구 반대편 아마존 지역까지 침입했고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희생시켰습니다. 한 동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더운 날씨에 약하다는 설이 있었기에 아마존의 더운 날씨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아 줄 수 있을 거라 안심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마존의 뜨거운 태양도 이 바이러스를 녹이지 못했고 순식간에 찾아온 쓰나미처럼 이 곳 아마존 지역 부칼파를 덮쳤습니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만든 경계선 너머로 매일 두려움 속에서 지내던 어느 날 불쑥 멜리사가 아들 알롱소를 찾아왔습니다. 멜리사는 알코올 중독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하고 두 아들을 성당에 맡기고 나루터에서 짐꾼으로 일하며 혼자 살아가고 있습니다.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헤매며 살아가는 그런 엄마를 늘 마음에 둔 알롱소는 오랜만에 찾아온 엄마의 모습 앞에서 한 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한참 동안 정적이 흐른 후 성당 철 문 안 밖에서 멀찍이 거리를 두고 모자(母子)는 서로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멜리사는 자신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길거리에서 홀로 사경을 헤매며 보낸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털어 놓았습니다. 땀과 흙먼지로 얼룩진 마스크는 멜리사가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홀로 길 한 모퉁이에서 겪어야만 했던 비참한 시간들을 고스란히 말해 주었습니다.
알롱소는 한 동안 보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안도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연습한 피리 연주를 엄마에게 들려주기 위해 성당 마당에 보면대를 부리나케 준비하고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알롱소는 하느님께 길거리에서 홀로 살아가며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내야 하는 엄마를 지켜달라고 애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주했을지도 모릅니다.
멜리사는 부쩍 커버린 알롱소에게서 한참동안 눈을 떼지 못하더니 결국 성당 철문 너머로 들려오는 아들의 피리 연주 소리에 애써 눈물을 감추며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알롱소가 피리 연주를 하는 내내 하늘엔 아주 크고 선명한 무지개가 떴습니다.
그렇게 모자의 상봉이 끝나고 멜리사는 많이 그리웠을 아들을 한 번 안아 보지도 못한 채 성당 철 문 너머에서 손을 흔들어 보이며 아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알롱소도 그런 엄마에게 “엄마, 마스크 꼭 쓰고 손도 자주 씻어, 그래야 코로나 바이러스 안 걸려“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마음이 깊은 알롱소는 사라져 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언제 또 다시 볼 지 모르는 엄마를 자신의 눈과 가슴에 담았을 것입니다.
멜리사가 떠난 성당 철 문 밖엔 품팔이를 하며 번 돈으로 사서 힘들게 짊어지고 왔을 바나나 한 줄기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렇게 멜리사가 떠 난 뒤에도 알롱소의 피리 연주는 긴 메아리가 되어 무지개 뒤로 서서히 숨어 들어갔습니다. 그 날 모자 사이에 뜬 무지개는 아들 알롱소와 엄마 멜리사에게 남긴 하느님의 흔적이었음을 믿습니다.
구영주 클레오파 수녀 / 예수의 까리따스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