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어린이장학회 후원자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캄보디아 포이펫에서 현지 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운영하는 전복남 요한 신부가 인사드립니다.
한국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뉴스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후원회원 여러분과 가족분 모두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캄보디아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알려드리는 것이 먼저인 듯 합니다. 현재 캄보디아는 외부 유입 이외에는 확진자가 없는 상황입니다. 옆 나라인 태국에서 지역 감염이 많이 늘어났지만, 아직 캄보디아 사회로 유입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의 열악한 의료 상황을 우려한 당국자들의 조치로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부터 국경을 폐쇄하고 외부에서 유입되는 환자들을 철저히 통제한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캄보디아의 의료여건상 지역감염이 심각해지면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 번 정도 지역 감염의 위험이 있었지만, 현재 모두 해결된 상태입니다. 전 세계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는 만큼 여러분에게 이 소식이 전해질 때쯤엔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듯합니다.
학교는 지역 감염 위기가 있을 때마다 휴교하고, 해결된 듯하면 개학을 반복했습니다. 무려 작년 3월부터 휴교와 개교가 반복되는 바람에 원래의 학사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개학을 했어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대체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온라인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캄보디아의 현실 때문에,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과 여유 있는 가정의 학생 사이에 교육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원래의 학사 일정이라면 지난 10월에 새 학년도가 시작되어야 함에도 새 학년도의 개학은 1월 초에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캄보디아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졸업을 인정받으려면 졸업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작년 8월로 예정되어 있던 시험이 휴교와 개교를 반복하는 사이에 12월로 밀렸습니다. 그마저도 졸업시험을 치를 때 우려되는 전염 가능성 때문에 시험이 취소되고 전원합격 처리가 되었습니다.
한국도 힘든 상황이지만 캄보디아는 가난한 나라인 만큼 경제적인 타격이 더 큽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곳 포이펫은 다른 지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포이펫은 태국과의 국경에 있는 외국인들을 위한 카지노가 많은 지역입니다.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이 카지노에서 허드렛일을 하거나, 매일 새벽에 태국으로 넘어가서 허드렛일을 해서 생계를 이어나갔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카지노들이 문을 닫고 국경이 폐쇄되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생계가 끊긴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거의 일 년 가까이 일을 못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난한 학생들이 대부분인 우리 학교의 학생들도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등교가 허용되지 않는 날도 많고, 급식도 허용되지 않는 날이 많아서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것을 바라보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없는 저희의 마음도 매우 아픕니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빈민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작년에 몇 명의 아동들이 굶어서 죽었다고 합니다. 보다 못해서 상황이 급한 가정을 선정해서 긴급구호 성격의 쌀과 식자재를 나누어주기도 했지만,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급식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급식은 단순히 성장기 영양공급을 넘어서서 생존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급식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신 후원회원 여러분에게 저희 선교사들과 학교 직원들 그리고 학생들 모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통도 마찬가지겠지요. 우리가 겪는 고통을 함께 나눌 때 그 고통을 이겨낼 힘을 스스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고통을 잘 이겨내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한 후원에 감사드리며, 수단어린이장학회 후원회원 여러분과 그 가정에 하느님의 평화와 사랑이 가득하기를 저희 모두 기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전복남 요한 신부 /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