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온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고, 확진자 현황은 이제 셀 수조차 없게 된 어려운 시기에 회원 여러분과 가족 모두 건강하신지요? 이곳 파라과이도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확진자 현황이 잘 관리되지 않고 아메리카의 한여름 무더위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무색할 정도로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주로 재래시장을 이용하는데, 거의 80%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않지 않은데도 그 누구 통제하지 않는 상황이라 걱정입니다.
지난 3월 12일에 파라과이에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보건 당국과 교육부의 결정으로 제일 먼저 공항과 학교 폐쇄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인터넷 시설이 열악하여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하기까지 거의 1개월 동안 아무런 대책 없이 모든 아이가 방치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우리 학교와 같은 사립학교들만 대책회의를 거듭하며, 인쇄물 배포 등으로 최소한의 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교사들 50% 이상이 컴맹인 상황이었기에 학교에서는 교사교육(온라인 사용법)을 시작했고, 이는 한 해 동안 모든 청소년이 자연스럽게 현대 문명에 한 발짝 다가설 기회가 되었습니다. 다만, 가난한 어린이와 청소년이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인터넷 사용료가 없어 학교 교육을 포기한 사례가 많아 가슴 아플 뿐입니다.
이에 우리 학교는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하면서 모든 학생들의 납부금을 30% 할인하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직장을 잃거나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는 식자재를 나누어 주며, 납부금을 최대한 할인해 주는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가난한 가정을 만날 때마다 흔쾌히 ‘납부금 전액 면제’라고 외치지 못하는 학교 운영자의 역할에 비애감을 느낀 적도 많았지요.
작년 한 해 학생들을 볼 수 없는 학교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더 분주했습니다. 정보통신 분야에 무지했던 교사들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는 교육자가 되었습니다.
운영자인 저에게는 하느님의 섭리로 전무후무했던 학교 건물 보수 공사를 할 수 있던 큰 은총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폐가처럼 버려져 있던 성당 옆 건물을 도서관으로, 배수로가 없어 비가 올 때마다 한강이 되었던 운동장은 잘 포장된 작은 축구장으로, 누수로 매번 책상 들고 이사 다녀야 했던 교실의 지붕을 교체하여 더 쾌적한 교육환경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습니다. 수단어린이장학회 모든 후원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00년이 훌쩍 넘은 건축물이므로 건축 양식을 바꾸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복구하는 데 많은 확인 절차가 필요하며, 공사 기간도 오래 걸리는데 학생들이 없는 학교에서 위험 부담 없이 안전한 공사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아울러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계획하지 않은 큰일을 늘 앞서 준비하신다는 것을 많이 체험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청소년이 가정형편이 어려워 온라인 교육을 할 수 없어 학교를 포기하고, 돈을 벌기 위해 건축 노동자로 일을 하고 있는데, 어김없이 우리 학교 공사 현장에도 많은 청소년이 투입되었습니다. 저에겐 18세기에 벽돌공들을 바라보시던 돈 보스코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갓 15살을 넘긴 아이들을 보며, 제 발걸음은 더 분주해졌습니다.
지난 성탄에는 자그마한 성탄 선물을 준비해 주었는데,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이들을 보며 후원자 여러분의 정성을 하느님께서는 비단 학교 건축물 보수에만 쓰시지 않고, 가난한 우리 청소년들을 구제하는 데 쓰시는구나 하고 감탄하였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분명 큰 아픔이며 고통이고 희생도 따릅니다. 그러나 어둠 속에 빛이 있듯이 하느님께서는 이 모든 상황을 저버리지 않으시고 당신 사랑으로 이끄시리라 믿고 오늘도 힘찬 하루를 시작합니다.
수단어린이장학회를 통해 선교지의 가난한 청소년들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을 마련해 주신 후원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수단어린이장학회 모든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살레시오수녀회 파라과이 관구의 모든 수녀와 학교의 모든 임직원, 학부모와 재학생들의 감사 인사와 기도를 대신 전하며 하느님의 축복 가득한 2021년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박점림 모니카 수녀 / 살레시오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