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수도회 몽골메리워드센터에서 인사드립니다.
저희는 이곳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센터와 공부방, 도서관을 열고 활동한 지 벌써 20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활동을 시작한 초기에는 저희 메리워드센터가 자리잡은 바양주르흐구도 큰 도로 주변을 제외하곤 모두 게르(몽골 전통 천막형 주거형태) 집성촌이었는데, 지금은 판자집들로 주거형태가 많이 변했고, 아파트도 제법 많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 발전의 그림자 속에 더 가난해져가는 도시 빈민 가정의 아이들이 상대적 빈곤을 더 극명하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세상 어디에나 다름없습니다.
저희는 내부가 하나로 되어있는 천막형 가정, 특히 긴 겨울에 땔감마저 넉넉지 못한, 춥고 비좁은 게르에서 편안히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로 부족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게르촌 가까이에 도서관과 공부방을 시작하였습니다.
초기에 이곳에서 소임을 했던 수녀님이 어느 겨울, 추위에 얼은 빨간 뺨을 한 어린이가 더 어린 동생을 데리고 공부방에 들어오면서, “이리와. 여기는 따뜻해…“라고 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쉴 수 있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하루 두 끼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는 간식을 준비해서 제공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이 장소가, 공간이,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고 그로 인해 몽골 어린이들이 자기를 더 발전시켜 나가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자 시작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시골에서 올라와 머물 곳이 적당치 않은 가난한 여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시작하였고 건전한 놀이문화가 부족한 주변의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놀이와 집단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감, 질서의식, 봉사정신을 일깨우는 세계적인 청소년 활동인 스카우트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인류에게 닥친 고통, 코로나19 대공황으로 인해 몽골에도 첫 환자가 생기면서 2019년 11월 말부터 시작된 통제는 풀어졌다가 다시 통제되었다를 반복하면서 벌써 1년 반 넘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되자마자 가장 먼저 통제된 곳은 학교와 도서관, 센터 같은 여러 명이 모이게 되는 밀집장소들이었습니다. 학교를 닫고 인터넷 수업으로 전환되었지만 우왕좌왕 비대면 수업을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TV로 수업을 내보내기도 하다가 각 학교에서 준비한 인터넷 수업이 자리잡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이제 조금 나아졌다고는 해도 교육의 질은 많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몽골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더욱이 도시 빈민들의 삶과 환경은 더욱 열악합니다. 그런 가운데 인터넷 환경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게르촌의 아이들의 원격수업의 환경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컴퓨터도 갖추지 못한 어린이들이 스마트폰에 의지해서 공부를 하는 것도 편치 않은데, 스마트폰 데이터를 구입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영상 속도도 원활하지 않은 원격수업을 받으며 그렇게 제대로 배운 것도 없이 학기는 마쳐지고, 또 새 학기를 맞고 졸업도 합니다.
우리 도서관과 공부방에 오는 아이들이 그나마 쾌적하고 조용한 환경에서 필요한 도서들을 빌려 읽으면서, 가정에서 갖추지 못한 컴퓨터와 인터넷을 활용하여 숙제도 하고 공부도 합니다. 때로는 끼니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제공하는 간식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을텐데, 오랫동안 도서관과 공부방을 열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독서클럽 모임, 도우미들의 지도로 이루어진 한국어, 영어교실, 자연학습 등의 활동이 그립습니다. 그래도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 방법들을 찾아가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해나가고 있습니다.
도서관, 공부방 선생님들과 함께 마스크 만들어 공급하기도 하고, 잠깐이나마 도서관과 공부방을 열 수 있었던 기간 동안에는 더 정성껏 아이들을 도서관과 공부방에 맞아들여 함께 공부도 하고 소수 개인 학습을 돕는 일도 했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 할 수는 없지만 5명 이하의 어린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한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엥흐 망래의 한국어 토픽시험 준비를 도와주기도 하고, 학교에 갈 수 없는 기간 동안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기타를 배우고 싶어 하는 아리옹자야에게 기타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소수의 대원으로 세계우애의 날(WTD) 활동도 하였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더욱이 이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을 대비한 의료 환경이 절대적으로 열악한 몽골에서 수용할 병상이 부족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증상이 경미한 확진자는 각 가정에서 격리를 하고 있어 그 주변의 확진률이 높아지면서 근래에는 하루 1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처할 능력이 부족한 정부는 분명한 대책도 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어 이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막막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합니다. 가난한 이들을 특별히 사랑하시고 마음 쓰시는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이 모든 것이 끝나도록 도우실 것을 믿으며 기도하면서 열심히 또 하루를 살아갑니다.
이건숙 아녜스 수녀 / 예수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