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아첸!(안녕하세요!)
방글라데시의 디나스풀에서 수단어린이장학회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저는 이곳 나자렛 학교의 책임을 맡은 한국외방선교수녀회 홍정순 마리미셸 수녀입니다.
제일 먼저, 계속 도움을 주고 계시는 후원회원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많이 위축되고 경제도 어려워졌을 텐데,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돕고자 하는 뜻과 지향을 거두시지 않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저희 한국외방선교수녀회가 2006년 첫 선교사를 파견시킨 이곳 방글라데시는 아직도 선진국의 원조를 받는 개발도상국입니다. 수도인 ‘다까’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한국 수준의 빌딩과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곳은 소수이고, 도시의 외곽을 조금만 벗어나면 주민 대부분이 우리나라 70년대 혹은 80년대 같은 삶을 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수녀회도 진출 당시 수도에서 버스로 10시간 거리인 북서쪽 시골 도시이며 정치적으로도 소외당하는 지역인 디나스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곳의 문맹률이 높다는 사실은 알고 왔지만, 실상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2015년도에 파견되어 실무를 맡아 보니, 글이라고는 본인 이름 정도만 그림 그리듯 쓰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여전히 서명 대신 지장을 찍는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 수녀들이 만나는 주민 대부분이 가난으로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여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대물림 된다는 것이지요.
제 부모님을 포함하여 한국의 부모들은 ‘굶어도 자식 공부가 우선’이라는 삶의 기조가 있어서 열악한 상황에서도 이렇게 외국에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정도로 자식을 길러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곳 부모들은, 더 정확히 말하면 이곳에서 소수 종교를 가진 가난한 부모들은 자식 교육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자식들이 밥 안 굶고 살 수만 있으면 됐다고 여기는 자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교가 이슬람교인 여기에서 불교, 힌두교, 그리스도교는 소수 종교에 속하고 그중에서도 제가 속한 그리스도교는 인구의 0.4%(가톨릭0.2%/ 개신교0.2%) 정도입니다. 그들은 자식들이 공부해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로 진출할 수 없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 나은 신분이나 삶에 대해 희망이 없어서인지, 부모들은 자식 교육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부모가 글을 읽지 못하니 서명하지 말아야 할 곳에 서명하여 없는 살림에 그것마저 털렸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안 그래도 소수 종교인이라 사회, 경제적으로 주눅 들어 사는 분위기인데 글을 모르니 주위 사람들이 더 업신여긴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녀들의 마음은 ‘교육’으로 모였습니다. 그 마음으로 2011년에 작은 공부방 하나를 시작하였는데, 현재는 한국의 많은 후원회원님의 도움으로 3층 규모의 큰 학교가 되었습니다. 이 성장이 저희 눈엔 그저 기적처럼 보인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학교가 커졌더라도 여전히 입학 기준은 가난한 가정을 최우선으로 여깁니다. 왜냐하면 우리 하느님도 당신을 ‘힘없고 곤궁에 처한 가난한 이들의 피난처’(이사 25,4)라고 선포하셨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루카 4,18/ 시편 34,3)이 되시고자, 믿는 자들을 향해 성경 곳곳마다 ‘가난한 이들에게 네 손길을 뻗어라.’(집회 7,32), ‘가난한 이들에게서 네 얼굴을 돌리지 말며’(집회 4,4), ‘배고픈 이를 좋은 것으로 채우라’(시 107,9) 말씀하시고 가난한 이들을 돌봄으로써 당신의 사랑을 드러내시는 분이심을 저희가 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글을 모르는 가난한 사람들이 어떤 종교를 가졌든지 간에 곤궁한 처지에 놓였다는 것은 매한가지이며 이들 모두가 하느님의 큰 관심 안에 있는 사람들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가정도 공립학교에서 5학년까지 무료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공립학교 교사들은 학교에서는 형식적인 시간만 보내고 실제로는 돈 받고 하는 과외에서만 수업 진도를 나가고 있습니다. 개인 과외를 받지 못해서 2, 3학년이 됐어도 글은 읽지 못하는 채로 우리 학교로 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웃을 수 없게도, 우리 학교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학교여서 참 좋은 학교라는 평판을 받고 있답니다. 우리 교사들도 학교가 원래 그런 분위기인 것을 알고 들어오기에 모두 열심히 가르치는 모습입니다. 올해 10월 28일에서야 주 3~4일 하루 2시간 수업이 허락되었는데, 그전까지는 코로나로 근 2년 동안 정상 수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다른 학교는 손 놓고 있는 반면 우리 교사들은 학습지를 만들어 나눠주는 등 애를 써 공부할 수 있게 해주곤 했답니다.
학교 운영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는데, 수단어린이장학회의 지원으로 저희의 어깨가 얼마나 가벼워졌는지요! 수단어린이장학회의 도움 덕분에, 저희는 큰 걱정 없이 300명이 넘는 우리 아이들의 학습과 인성교육과 건강 등에 더욱 마음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자니 회원 여러분과 이태석 신부님과 하느님께 더 깊은 감사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끝으로 한 번 더 감사드리며 아쉽지만 오늘은 이만큼으로 줄여봅니다. 하느님의 안배로 다음에도 이곳 선교지의 또 다른 이야기로 다시 인사드릴 수 있길 바라며 아무쪼록 수단어린이장학회를 위해 일해 주시는 모든 분과 후원회원님들께 주님의 축복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홍정순 마리미셸 수녀 / 한국외방선교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