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자비의메르세다리아스 수녀회에서 해외 후원을 담당하고 있는 탁은선 세실리아 수녀입니다. 수단어린이장학회 후원자 여러분께 제가 인도 살렘에 직접 방문하여 느낀 것들을 나누고자 이 편지를 씁니다.
최근 인도에 저희 공동체가 있는 사다얌팔라얌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살렘 그리고 살렘 도심에서 벗어나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의 장애인 공동체에 다녀왔습니다. 마을 입구를 들어서는데 장애인들을 위한 작은 치료소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이 작은 치료소 입구에서 저희(탁 세실리아 수녀, 인도 사다얌팔라얌 공동체 수녀들, 이번 여정에 동행한 사무국장)는 그곳 분들의 큰 환영 인사를 받았습니다. 뜻하지 않은 환대를 받으면서 부끄럽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이번 수단어린이장학회에서 지원해주신 프로젝트에 대해 마을 분들과 장애 아동 부모님들이 표하는 감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돌아보면서 지원해주신 사업비가 이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고 있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선 이 마을은 정말 작습니다. 그런 마을 한쪽에서는 매일 낮 시간에 밥을 나누고 있는데, 이 음식을 받기 위해서 아주 먼 곳에서 맨발로 아니면 쪼리(발가락 슬리퍼)를 신고 걸어서 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쪽에 있는 장애인 치료소에서는 성인과 아동을 위한 진료를 하며 음식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인도 사회에서도 가장 멀리 내쳐진 이들, 어쩌면 ‘그들이 유지하고 있는 카스트 제도 안에 그들의 자리가 있기는 한 걸까’ 의문이 들게 하는 이 변방의 사람들은 내일을 걱정할 수 없어 보였습니다. 내일은 커녕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서 먹을 음식을 찾아야만 하는 듯 보였습니다.
특히 이곳의 장애 아동들은 집에서 거의 돌보아지지 못하고 있으며, 어느 순간 길에 버려지기도 하는 등 가장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의료진 대부분은 신분이 달라서 하층민의 가난한 환자들에게 다가가기를 꺼립니다. 그래서 제 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가정 안에 있는 장애 아동들을 방문하고, 길에 있는 장애 아동들에게 의료, 영양, 생필품 등 필요한 도움을 주면서 이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소외와 차별 없이 사람다움을 지킬수 있도록 애쓰면서 말이지요. 올해는 수단어린이장학회의 도움으로 25명 정도가 되는 아이들과 이들의 가정을 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작에서 말씀 드렸던 환영 인사에서 저희가 받았던 환대에 대해서 조금 나눠 볼까 합니다. 이들은 직접 종이로 만든 목걸이와 선물을 저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나눠주었습니다. 모두가 환영식을 위해서 각자 나름대로 준비한 것들을 전해주었습니다. 지체 장애를 가진 한 장애인은 인도의 전통춤을 열심히 보여 주셨고, 장애 아동들의 가족들은 직접 준비한 예쁜 사탕 꾸러미를 저희에게 환영의 선물로 나눠주고 계속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떤 친구는 저희와 악수하고 싶어서 부모님의 부축을 받으며 저희에게 걸어왔습니다. 또 다른 편에서는 저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여, 한데 모여 사진도 찍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이곳을 관리하고 운영하며 사람들을 보살피고 있는 엔서베니(이분은 휠체어를 타고 계셨습니다)는 환영의 인사말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모두가 직접 준비한 것을 자유롭게 나누는 모습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절뚝거리며 걸어오는 아이에게도 사진을 찍으려 다가오는 아이에게도 춤을 추는 이에게도 열심히 얘기를 나누는 이에게도, 이들은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서 각자의 감사와 환영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 안에 머물러 있는데 시끄럽다거나 불편하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는 것이 즐거웠고 계속 웃음이 나왔습니다. 처음 마을에 들어섰을 때는 이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아! 어쩜 이럴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안에서 웃음이 흘러나오고 노랫소리가 들리고 서로의 움직임을 존중하는 이 분위기에 취하면서, 저는 보아도 제대로 보지 못했으며 들어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인도 배경의 영화 「시티 오브 조이」에서 말했던 ‘기쁨’에 대해서 떠올리는 만남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너무 오래전에 본 영화여서 많은 것들이 기억이 나진 않지만 단 하나 주인공들이 기쁨에 대해서 나눴던 것만은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그들의 힘든 삶을 얘기하면서 삶이 힘들기에 기쁨도 더 크다고 말했던 대사가 기억났습니다.
고 이태석 신부님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남수단 톤즈에 계시던 신부님의 크고 시원한 미소가 떠오릅니다. 어쩌면 신부님의 그 미소는 톤즈의 사람들과 살면서 그들과 하나가 된 삶에서 나온 미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글이나 말이 아닌 마음이 알려주고, 몸이 배운 삶이 담긴 미소 말이지요!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많은 화두를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변방이라고 느껴진 그 자리에 ‘기쁨’이 넘쳤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활짝 미소 짓고 계셨습니다.
부족하지만 짧은 글 안에 인도 살렘의 장애인 공동체에 다녀온 소감을 적어 보냅니다. 인도는 외국인 선교사들이 활동하기에 많은 제약이 있어서 쉽지 않은 상황을 지닌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를 넘어서서 많은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카스트가 너무 낮아도, 쉽게 말해서 너무 가난해도 수도원에 입회할 수 없습니다(카스트를 인도의 문화를 봐야 한다고 저희 수녀님들은 얘기하십니다). 의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직접 접촉하면서 진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자 아이들과 성인 여성들은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살아갑니다.
그러한 마을이지만 수단어린이장학회의 지원에 대해 감사 가득한 환영식을 열며, 장애 아동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함께 사는 마을 주민들은 그날 한나절을 축제 속에서 보냈습니다. 각기 다른 모습을 지닌 장애인 아이들과 주민들이었지만, 모두가 같은 ‘기쁨’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기쁨을 알려 주심에,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해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또한 ‘기쁨’ 가득한 한나절을 선물로 받고 돌아왔습니다.
탁은선 세실리아 수녀 / 자비의메르세다리아스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