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여러 활동이 중단되고 지원의 손길도 약해져 힘들다 싶었던 그때,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의 손길이 이곳 예수수도회 몽골 메리워드청소년센터까지 다다랐습니다. 저희 센터는 2021년과 2022년 두 번의 지원을 받아 이태석 신부님을 통해 전해져 온 하느님의 사랑을 몽골에서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몽골 메리워드청소년센터와 CCM도서관까지 전해진 그 사랑에 대해 어떤 감사를 드려야 할지요.
저희가 하는 모든 활동은 특별히 도시 빈민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활동입니다. 저희는 사회가 어려울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가난한 이들에게 우리의 지원이 아주 작지만 희망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의 삶이 ‘이곳 아이들의 삶에 꼭 필요한 귀퉁이 한 부분으로라도 남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초순에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 이후 몽골에서는 여러 가지 정책 변화가 있었습니다. 통제가 완화되었을 때에는 중간에 잠시 학교와 도서관을 열기도 했었지만, 다시 통제가 심해졌습니다. 이윽고 2021년 10월이 되어서야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함께 진행하면서 학교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는 다시 학생들을 받았지만,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이후에도 여전한 국경통제와 얼어붙은 경제 상황은 도무지 풀릴 줄 모르고 있습니다.
올해는 11명의 기숙생이 입소하여 함께 살고 있는데 모두가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봉사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참으로 마음이 뿌듯합니다. 아이들 대부분이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이고 그중 2명은 그나마도 고아원에서 성장해온지라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염려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이고 의욕적으로 공동체 생활과 학교생활을 하고 있어서 진심으로 기쁘고 다행스럽습니다. 이 기숙생들이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저희는 더 성심껏 살펴보아 주고 건강을 돌보아 주고자 합니다.
기개 넘치는 몽골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는 가톨릭메리워드스카웃 집회일은 다른 놀이 문화가 부족한 이 가난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정말 신나는 날입니다. 아이들은 함께 배우고 노는 활동 후에 수녀님이 끓여주시는 맛있는 점심을 먹습니다. 이후 어린 대원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로버 대원들은 그날의 활동을 돌아보고 다음 계획을 세웁니다. 스카우트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메리워드청소년센터에서 거의 18km나 떨어진 먼 지역인 야르막, 니세흐 등지에서 이 추위를 뚫고 달려오는 대원들도 여럿 있습니다.
도서관과 공부방에 찾아오는 대부분은 초·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인데, 종종 온종일 앉아서 책을 읽는 연세 드신 분들도 있습니다. 저희는 양질의 도서를 더 많이 준비하고 편안하게 정보를 검색해 볼 수 있도록 컴퓨터와 인터넷을 점검하고 맛있는 간식도 준비하면서 이렇게 사람들이 즐겨 찾는 도서관, 공부방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답니다.
여기 이 아이들이 희망입니다. 몽골의 미래입니다. 그 희망찬 미래에 저희가 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시니 이에 깊이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지요.
코로나19는 여전히 특히나 가난한 이들의 발목을 잡고 그 어깨에 무게들 더하는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이토록 가난한 나라에서 시민들은 가진 자들의 횡포에 더 크게 휘둘려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오랜 공산주의 아래 살아온 역사로 인해 자기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지 않았던 시민들과 젊은이들에게서 이제 조금씩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외치는 저항운동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음이 한편으로는 감사한 일이기도 합니다.
겨울로 들어서면서 부정부패로 국민의 권리를 수탈하여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해온 정치인들을 규탄하는 시위가 울란바토르 시내 중앙광장에서 계속되어왔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이 추위(영하 25~28℃)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수의 시위자가 남아서 저항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고 속상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부패 정권, 엉뚱한 약자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일은 한결같습니다. 이 부정의에 저항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함께 할 수는 없지만, 기도로 응원하면서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정의롭고 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함께하고자 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어려운 시기의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위로가 되어주셨습니다. 희망이 되어주셨습니다. 그 희망으로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그 사랑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곳 가난한 어린이 청소년들에 전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겠습니다.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에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풍성하시길 기도합니다.
이건숙 아네스 수녀 / 예수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