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날이 빨리 어두워지는군요.
금방까지 분명코 햇살이 짱짱이었는데 순식간이 성큼 성큼 어둠이 들이 닥칩니다.
시 어머님과 친정 어머니가 나들이 하시던 중, 이런 말씀을 나누시더군요.
친정 어머니 : “요즘은 정말 날이 빨리 어두워지네요.”
시어머니 : “그래서 이런 말도 있잖아요. 이런 날에 며느리 가지 따러 내보낸다고…..”
친정 어머니 : (잠시 갸웃 하시더니) “날이 빨리 어두워지면 가지가 안 보이니까 애 먹이느라고 그런 말이 나왔나봐요?”
시어머니 : “아니죠, 요맘때 날이 어둘락 말락 하면 며느리를 가지 따러 보내는 거예요.
그럼 지가 빨리 서둘러도 가지 따서 돌아오면 날이 컴컴해지는 거죠.;
그때 시어머니가 불호령을 내리는 거예요.
날이 훤~ 할 때 가지 따러 보냈더니 깜깜해서 돌아왔다고… 어디서 빈둥대다 이제 오냐고 ….
그런 구박을 하려고 가지 따러 보내는 거랍니다.”
두 분은 깔깔 웃으시더니 작금의 세태 이야기로 넘어가시더군요.
친정 어머니 : 그러게… 옛날 시어머니들은 왜 그리 며느리들을 구박 못해 안달이었을까요.
시 어머니 : 옛날이니까 그런 말도 있지, 요즘 같아봐요. 어림 턱이나 있나.
친정 어머니 : 누가 아니래요. 요즘은 그냥 우리 아들 데리고 살아 주는 것만도 고맙다고 하며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됐으니…
시 어머니 : 그저 옛날 우리네들이나 불쌍한 시집살이를 했죠. 남자들은 왜 그리도 못 됐는지….
여자들은 제 아무리 잘 나고, 열심히 일 해서 돈 잘 벌어도 자기 이름으로 뭐 하나 장만할 수도 없었잖아요.
지금만 같으면 진짜 돈 버는 재미도 얼마나 좋을까요.
친정 어머니 : 난 그래서 가끔 영감하고 싸운답니다.
일도 내가 훨씬 더 많이 했고, 돈도 내가 훨씬 더 많이 벌었는데
왜 전 재산이 당신 이름으로 되 있어서 지금 내가 당신한테 생활비를 받아 써야 하느냐고 말이죠.
새 모이 주듯 생활비라고 찔끔 거리며 주다가 내가 뭣 좀 사면 돈을 쓰지 못해 발광이라는 둥,
참 더러워서….. 그러면 까짓 생활비고 나발이고 다 관두고 나가라고 막 해대죠.
내가 이 나이에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먹고 살 걱정하며 할 소리 못하고 살겠어요?
시 어머니 : 그러게…. 사부인은 지금 같으면 회사 열개는 세우고도 남을 만한 양반인데…..
우리네 시절에는 양재기 하나 사려고 해도 허락 받고 사야하는 시절을 살았으니…..
친정 어머니 : 지금 시절은 되려 남자가 여자 허락을 받고 돈을 써야지 안 그러면 쫓겨나죠.
어찌 보면 요즘 남자들이 불쌍한 것도 같고…..
시 어머니 : 남자들은 좀 더 당해 봐야되요. 옛날에 그리도 못되게 굴었으니까 당해봐야 알지.
두 분은 시어머니 86세, 친정 어머니 82세.
평생 서로를 지켜본 결과 두 분 모두 상대방을 인정하고 칭찬하기에 여념이 없으십니다.
진작에 두분들 모시고 다녔으면 정말 친한 친구가 되었을 것을….
자식들 욕심에 어머니들을 부려만 먹고 두 분의 입장에서 뭐가 좋을지 생각도 못했으니 그저 맘 아픕니다.
그래도 두 분이 계셔서 저는 아직도 철 없이 지내며 나이를 잊고 살아요.
오래 오래 건강하게 우리 곁에 계셔줘야 할텐데….
친정 어머니는 족저 근막염으로 걷기를 힘들어하시고,
시 어머니는 아무래도 연세 때문에 체력이 달려서
더 늦기 전에 자주 모시고 다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