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을 조금 더 이 세상에서 오래 모시고 싶어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새삼 신부님이 그리워집니다.
무척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텐데 묵묵히 그 고통을 받아 내시며 내색 한번 안 하시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 오는 사람들에게 되도록 웃는 얼굴로, 농담까지 하며 반겨주시던 신부님.
특히나 아이들이 오면 아픈 것도 잊고 안아주며 기뻐하셨던 신부님.
그 모습이 가슴 아플 만큼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신부님께 죄송한 짓을 했습니다.
암으로 자꾸 힘을 잃어가시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저는 ‘개고기,를 떠올렸습니다.
고단백 식품으로 환자들에게 개고기가 그리도 좋다는데 혹시 이걸 드시면 기운이 좀 나실까 하여
이리 저리 알아보고 한 토막을 들여왔습니다.
신부님은 당연히 펄쩍 뛰시겠기에 어떡하든 몰래 드시게 해야겠다 싶어서
냄새 안 나도록 잘 삶았습니다.
그리고 그걸 소고기와 함께 갈아 햄버거 스테이크를 만들었지요.
솜씨 부려 만들었지만 혹시나 눈치채실까 싶어 진한 스테이크 소스를 뿌렸습니다.
그리고 만일 뭔가 이상해서 안 드시겠다 해도
설마 입에 들어가 있는 것도 뱉으시지는 않으시겠지, 하고는
한 입이라도 듬뿍 넣으시라고 두툼하기 그지 없게 만들었답니다.
행여나 싶어 그걸 지켜본 아들에게
“너, 이 음식에 대해 입도 벙끗 하지 마.
만일 조금이라 낌새 풍기는 언행을 보이면 그날로 넌 대 매를 맞을 거다”
이렇게 종주먹을 들이대며 입 단속을 시켰지요.
다행히 뜨끈할 때 드셔서 그런가, 제 정성을 봐서 그러셨는가, 그걸 다 드셨습니다.
옳거니, 이렇게 만들면 되겠구나!
저는 남편에게 제대로 된 황구 한 마리 구해오라, 하고는
그걸 똑 같은 절차를 거쳐 햄버거 스테이크를 빚어다가 한 개씩 얼려서 드렸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걸 구워다 드렸더니만 드시면서 갸웃? 하셨답니다.
“이거,,, 맛이 좀,,, 이상한데?”
과묵하신 신부님이 ‘이상하다’는 표현을 쓰신 건 대단히 이상하다고 느끼신 겁니다.
내막을 아시는 수사님은 얼른 자기도 한입 드셔보고는 이랬답니다.
“에이, 맛있기만 한데 뭐가 이상해요? 신부님이 아프셔서 입맛이 변하신게지요”
그랬더니 신부님은 아하, 그런가… 내가 아파서…
이러시고 그걸 다 드셨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어쩌다 ‘개고기’ 이야기가 나왔어요.
신부님이 많이 쇠약해지셨으니 그걸 드시면 어떨까, 뭐 그런 이야기였지요.
아니나 다를까, 신부님은 펄쩍 뛰셨습니다.
당신은 개고기를 평생, 절대, 결코, 드신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드시지 않을 거라고요.
또 누군가가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신부님이 모르고 드셨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신부님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천만에! 그럴 일이 없어. 난 개고기를 가져오는 사람의 눈만 봐도 안다니까.
그게 개고긴지 아닌지 척 보면 알기 때문에 절대 먹을 일이 없지”
아….
신부님….
신부님은 제가 신부님을 속일 거라고는 전혀 의심하지 않으셨기에
제 눈을 볼 생각도 않으셨겠지요.
그래도 신부님,
솔직히 저는 신부님께 더 큰 죄(?)를 저지를 뻔 했어요.
그걸 (속아서) 잘 드셨다는 소식에 기운이 뻗친 저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됐어! 이제는 뱀이다! 뱀 잡아와”
하마터면 신부님… 뱀도 드실 뻔 했어요….
그 전에 신부님은 병원으로 가셨지요.
신부님 속인 생각을 하면 뜨끔하지만 한편으로는 웃음도 나옵니다.
신부님,
모두 신부님을 사랑해서,
조금이라도 신부님을 더 이 땅에서 모시고 싶어서 지은 죄니까 용서해주실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