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하시는 것이 동북아 교회에 주는 의미는 크게 평화, 우정, 기쁨 이 세 가지로 모아 볼 수 있겠습니다.”
8월 11일 오후 7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역사적인 한국 방문을 목전에 두고 서울 살레시오 관구관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개최되었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차관인 사비오 혼 대주교가 교황님의 방한을 준비하는 한국의 살레시오 가족들을 대상으로 교황 방한이 동북아 교회에 주는 의미에 대해 강의를 했다. 살레시오회원들과 여러 가족 단체 등 3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강연회는 매우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교황님의 방한이 지닌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교황님께서는 ‘인간에게는 평화가 꼭 필요하다. 평화가 없으면 인류가 살아남을 수 없고, 그렇기에 인류는 평화를 위해 가장 큰 희생까지도 치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지정학적인 이유로 평화가 많이 위협받고 있는 동북아 상황을 간단하게 짚어보면서 평화를 위하는 것이라면 교회가 최우선적으로 투신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대주교는 한국 순교자들, 특히 성 김대건 신부의 마지막 말, “지금이 내게는 마지막 때이다.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내가 죽는다. 이제 나의 영원한 생명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너희들도 사후에 평안하려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되어라.”라는 권고를 인용하면서 순교자가 보범을 보여준 평화, 다시 말해 영원한 평화에 대한 갈망을 본받아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교황님께서 한국에 오시는 것은 바로 이런 평화가 이 지역 교회가 드러내야 할 최상의 가치임을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유명한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쓴 책 중에 ‘우정‘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것은 외국인이 중국말로 처음 쓴 책이면서도 상당한 수준을 지니고 있기에 중국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예수회회원으로서 극동 아시아에 선교사로 오고 싶어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록 그 선교사가 되고자 하는 뜻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이 지역으로 나온 선교사들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 목록 중에 틀림없이 마태오 리치의 ‘우정‘도 들어 있었을 것이다. 우정은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아시아 청년대회는 바로 이런 만남을 기획하는 것이다. 말과 문화가 서로 다른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이 모여와 함께 지내면서 함께 나누는 가운데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우정의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우정‘에 쓰여 있는 한 예를 들어보자. 두 왕이 만났다. 첫 번째 왕이 두 번째 왕에게 말했다. ‘나는 아주 돈이 많다. 자 봐라! 여기도 저기도 창고에 가득 보화가 쌓여 있다. 내게는 수많은 보화가 있다. 너의 보화는 어디에 있는가? 너는 항상 사람들에게 다 써버리니 돈이 없는 것 아니냐?’라고 두 번째 왕을 다그쳐 물었다. 그러자 다른 왕이 답했다. ‘나의 보물은 친구들의 마음 속에 있다.’” 재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정신을 가슴에 담고 있는 분이시기에 교황님께서는 가난을 원동력으로 삼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밑천 삼아 교회 전체를 개혁하시려 하고 있다고 대주교는 말하면서 그런 가난을 힘의 바탕으로 하는 우정에 대해 강조했다.
“기쁨을 전하고자 하시는 것이 교황님의 방문 목적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이 기쁨은 피상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심연에 있는 하느님을 만나는 것으로 얻어지는 참된 기쁨입니다. 순교 복자 중에 이순이 루갈다와 유중철 요한 동정 부부의 이야기가 특히 감동적입니다. 박해로 인해 세상과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이별의 고통은 심대하지만 천상에서 다시 만날 때의 기쁨에 비하면 이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기에 순교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그 신앙의 기쁨이 여기서 말하는 기쁨의 본질입니다.” 현대 사회가 진정한 기쁨을 잃고 있으며, 특히 동북아의 젊은이들이 극대화된 물질주의와 자본주의의 피해자가 되어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있는 현실에 비춰 교황님의 방한은 백성들에게 특히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기쁨, 예수님과 만나는 기쁨을 권하는 구체적인 몸짓이 될 것이라 기대하면서 대주교는 강연을 마쳤다.
이어지는 질의 응답에서 생생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교환되었는데 그중에서 흥미를 끌었던 것은, 교황님이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중국 영공을 통과하시게 되는데, 그때 시진평 중국 주석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실 것인라는 질문이 있었다. “관례적으로 해당 국가의 원수에게 친교의 인사를 드리는 정도이지 그 기회를 이용해서 무슨 흥정을 하는 그런 메시지를 주고 받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통과하고 있는 그 지역에 하늘에서 내리는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하는 것은 항상 좋은 것이고, 바람직한 대화의 출발이 될 것이다.”라는 가벼운 기원을 담은 말씀을 하셨다.
동북아 교회라는 범위 설정이 상당히 모호했던 것을 감안하면서도 평화, 우정, 기쁨이라는 우리 살레시오 가족이 소중하게 여기는 보편적인 가치를 교황님의 방한이 지닌 의미로 받아들이고 이를 교육의 현장과 청소년 영혼구원의 현장에서 구현하자는 사비오 혼 대주교님의 분석과 제안은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아시아청년대회를 위해 방한한 사비오 혼 타이 파이 대주교가 바쁜 시간을 쪼개 살레시오 가족들과 함께 기쁨을 나눈 시간에 감사드리며, 이런 실천이 가족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사비오 혼 대주교는 참가들에게 교황님 상본을 선물하였고, 참가한 살레시오 가족 단체들과 기념 사진 촬영과 간단한 아가페로 강연회를 맺었다
-아이보스코(http://ibosco.net)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