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 구상 –
평일 한낮
명동성당 안에는
고요만이 있었다.
온 세상이
일체 멈춤과 같은
침묵과 정적 속에
제단 위에 드리운 성체등이
이 역시 고요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문 밖 거리의 인파와 소음은
마치 딴 세상 정경인 듯
오직 죽음과 같은 고요 속에
고요가 깃들어 있었다.
그 고요 속에 나 또한
고요히 잠겼노라니
그 고요가 고요히 속삭였다.
이제 너의 참마음을 열어보라고!
그러나 나는 말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