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 이에게
갈꽃 같은 얼굴로
바람 속에 있었습니다
춥고 어두운 땅 밑에 누워
하얗게 사위어가는 당신이
지금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당신이
살아 있는 이들보다
더 깊고 맑은
영혼의 말을 건네주십니다
당신의 말은 나비가 되어
나의 하늘에서 춤을 추고
그것은 또 꽃이 되어
내 마음 밭에 피고
하나의 별이 되어
어둔 밤을 밝힙니다
시시로 버림받고
시시로 잊혀지는
당신의 목쉰 소리는
이승과 저승을 잇는
바람 같은 기도가 되어
내가 믿지 않은
사랑하지 않은
잃어버린 시간들을
울게 하고 있습니다
스산한 바람이 눈물을 뿌려
꽃도 피지 않은
당신 무덤가에 오면
살아서도 조금씩
내가 죽어가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당신이 누운 어둠의 골짜기
강 건너 저편엔
순간마다 촛불 켜는
누군가의 큰 손이
새벽종을 치는 이의
흰 옷자락이 너울대고 있습니다
*** 오늘 아침 아홉시, 오랜 병상에서 회복을 위해 노력하시던 오빠신부님께서 선종하셨습니다. 눈물이 저절로 흘러 자꾸만 자판이 흐려지는군요.
지난 설날,
엠블런스로 서울에서 고향의 병원으로 장거리 입원여행을 하시고,
야윈 얼굴로 웃으시며 악수를 나누었는데,
“밤이 길다.”는 말씀에 “봄밤은 점점 짧아져요. 이제 더 힘내세요.”라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는데, 이태석 신부님께서 투병하시던 모습과 겹쳐지면서, 주님께서 함께 해 주시기를 기도했어요.
모든 수도자들과 신부님들을 위해서 기도드립니다.
우리 오빠신부님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