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처럼
홀수해 , 제 7 주간 토요일 2005 년 5 월 21 일
어린아이와 같아라
여러분 , 톤즈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 이건 순전히 제 견해지만 이곳에 와 본 사람은 제 말에 동의해 줄 것입니다 . 그건 톤즈 어린이들의 눈동자입니다 .
엄청 크고 , 맑고 순수해서 손만 대면 금방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아이들의 눈망울 , 참으로 아름다운 것을 볼 때 흘러나오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 하느님이 사람을 만드실 때 특별히 톤즈 아이들의 눈동자를 제일 신경 쓰고 만드셨음이 틀림없습니다 . 그런데 이렇게 하늘의 샛별보다 더 영롱한 아이들 눈빛이 어른이 되면서 흐릿해지는 게 안타깝습니다 .
오늘의 복음 , 마르코 복음서 10장 13절에서 16절 말씀은 예수님이 어린이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 왜 어린이 같아져야 천국에 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
예수님은 천국이 어린이들의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어린이들을 안으며 축복하셨는데 , 그렇다면 어른은 천국에 갈 수 없다는 뜻일까요 ?
그건 아닙니다 . 여기에서 어린아이와 어른의 개념은 나이와 상관이 없습니다 . 경우에 따라서는 어린이도 어른일 수 있고 , 어른이라도 어린이와 같을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어린이와 어른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 바로 ‘ 단순함 ’ 입니다 .
그러므로 아이 , 어른 할 것 없이 단순한 사람은 모두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
그럼 생각해 봅시다 . 단순함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 ‘ 복잡함 ’ 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습니다 . 여기에서 ‘ 단순함 ’, 또 다른 표현으로 ‘ 순수함 ’ 의 반대말은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입니다 .
천국으로 가는 길
우리는 때때로 아름답다거나 잘생겼다거나 나보다 똑똑하고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보면 그들을 칭찬하는 게 아니라 , 기분 나빠하거나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
톤즈는 워낙 땅이 넓어 재산 가치가 없지만 , 땅덩어리가 좁은 한국은 땅이 재산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 그래서 속담에 ‘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 는 말이 있습니다 . 남이 잘되는 것을 속상해 하는 사람의 마음을 꼬집어 나타낸 것이지요 .
이렇게 남이 출세하거나 부자가 되면 시기하는게 인간의 한 속성입니다 . 그런 마음은 어린이는 잘 갖지 않는 마음인데 , 어른이 되면서 나이만큼 시기심이 많아진다고나 할까요 ? 아무튼 마음이 꼬여 있기 쉽습니다 . 그런 어른이라면 당연히 천국에 들어갈 수는 없지요 .
남이 잘되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고 즐거움을 느끼면 당신은 어린아이와 같고 천국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 만일 질투심으로 불타 마음이 상한다면 당신은 이미 어른이며 천국은 멀리 달아나 당신 앞에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 어린이들이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처럼 , 당신이 천국에 가고자 한다면 시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합니다 . 그래서 어린아이일 때 올바른 마음을 심어 주는 게 중요합니다 . 돈 보스코께서 청소년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위한 오라토리오를 만드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 한창 자라날 때 교육을 통해 올바른 심성과 신앙심을 심어주면 , 그들은 사회에 이바지하면서 자신도 평화롭게 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돈 보스코를 인생의 스승으로 받아들인 저 역시 그런 이유로 이곳에 성당보다는 학교를 먼저 세웠습니다 . 톤즈에 왔을 때 참 많은 것에 마음 아팠지만 ,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아이들이 다닐 학교가 없어서 종일 나무 아래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였습니다 . 톤즈에서 막 선교를 시작했던 제임스 신부님도 교육이 가장 시급하다며 나무 그늘 밑에서 학교를 시작했습니다 .
학교를 만든 것은 정말 잘한 일입니다 . 처음으로 수업이라는 것을 받는 아이들의 눈동자는 반짝였습니다 . 그들이 그토록 공부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학교를 세운 후에 실감했습니다 .
어느 날 보름달이 아름다워 마을에 산책을 나갔습니다 . 많은 아이가 보름달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릅니다 . 학교를 세운 일은 병원을 만든 일만큼 , 아니 어쩌면 미래를 위해 더 가치 있는 일일 것입니다 . 저는 달빛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 날이 흐려 그게 어려울 때는 병원 환자 대기실에 전등을 달아 그곳에서 아이들이 공부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영국의 유명한 시인이며 교육자인 윌리엄 워즈워드는 ‘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 라고 했는데 , 많이 생각하게 하는 말입니다 . 어린이들의 순수한 향학열은 물론이고 가르쳐 주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어른들이 본받아야 하는 덕복입니다 .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만 단순해지면 됩니다 . 이 얼마나 쉬운 일입니까 ?
“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 라는 말씀을 기억하십시오 . “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 .” 는 말씀을 우리는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
우리가 남을 배려하고 축복해 주며 단순해지는 노력을 하면 , 예수님께서 어린아이에게 하시듯 우리를 끌어안아 주시고 손을 얹어 축복해 주실 것입니다 .
우리 모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천국에서 만나도록 노력합시다 .
– 이태석 신부님 강론집 당신의 이름은 사랑 중에서 ..